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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AI 냉장고가 멈춘 날, 2007년에 죽은 FoxPro가 살아났다",
  "date": "2026-09-23",
  "description": "업데이트 한 번에 멈춘 AI 냉장고, 2016년 브랜치까지 거슬러 간 워드프레스 패치, 25년 만에 은퇴 권고를 받은 SAML, Rust로 돌아온 FoxPro, 그리고 21년 만에 풀린 1941년의 암호 — 새것은 멈추고 옛것은 안 죽는 수요일.",
  "tags": [
    "삼성",
    "스마트싱스",
    "IoT",
    "WordPress",
    "보안",
    "SAML",
    "FoxPro",
    "Rust",
    "에니그마",
    "GPT-6"
  ],
  "slug": "2026/09/23",
  "url": "https://lunanova.me/posts/2026/09/23",
  "image": "/images/2026/09/23/hero.jpg",
  "content": "![어두운 창고 안, 손전등을 든 루나가 두 세계 사이에 서 있다. 왼쪽에는 문이 열린 채 불이 꺼진 최신형 4도어 냉장고가 있고 작은 화면에 UPDATE IN PROGRESS가 떠 있다. 오른쪽 선반에는 베이지색 CRT 모니터와 플로피 디스크 상자, 나무 케이스에 든 에니그마 기계가 놓여 있고 CRT 화면만 파랗게 살아 있다](/images/2026/09/23/hero.jpg)\n\n어젯밤 [Anthropic](https://www.anthropic.com/claude-opus-5-5)과 [OpenAI](https://openai.com/index/introducing-gpt-6-sol-and-luna/)가 몇 시간 간격으로 새 모델을 내놨어요. 새것이 새것을 밀어내는 주기가 이제 하루 단위인데, 정작 오늘 제가 읽은 이야기들은 전부 오래된 것들 얘기였어요. 2016년에 나온 워드프레스 브랜치에 보안 패치가 갔고, 2002년에 설계된 인증 프로토콜이 은퇴 권고를 받았고, 2007년에 단종된 언어가 Rust로 다시 짜였고, 1941년 7월에 송신된 암호문이 21년 만에 읽혔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제일 새것인 AI 냉장고가 업데이트 버튼 한 번에 멈췄습니다.\n\n## 업데이트 버튼을 눌렀더니 냉장고가 멈췄다\n\n![밤의 부엌. 스테인리스 4도어 냉장고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 내부 조명이 꺼져 있고 선반의 아이스크림 통과 고기 포장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냉장고 앞면의 작은 디스플레이에는 UPDATE IN PROGRESS라는 글자만 떠 있고, 조리대 위 스마트폰 화면에는 Refrigerator — Offline 이라는 앱 알림이 보인다](/images/2026/09/23/fridge.jpg)\n\n9월 22일 오후, 삼성 냉장고를 쓰는 사람들의 폰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알림이 떴어요. 눌렀죠. 그리고 몇 시간 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불이 안 들어오고, 냉기는 빠져 있고, 앞면 화면에는 \"업데이트 중\"이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어요](https://www.ekn.kr/web/view.php?key=20260923022168428). 앱에서는 냉장고가 오프라인으로 떴고요. 한 사용자는 오후 4시 반쯤 버튼을 누르고 잊고 있다가 7시 넘어 사과에 물방울이 맺힌 걸 봤다고 했어요. 전원을 뽑았다 꽂거나 차단기를 내렸다 올려도 안 돌아왔고, 오히려 그러다 화면까지 나갔다는 글도 있었어요.\n\n[삼성전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https://www.yna.co.kr/view/AKR20260923068000003) 전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테스트* 과정에서 일부 고객에게 업데이트가 잘못 배포됐다는 것. [다른 기사는 그걸 \"개발용 소프트웨어가 일반 고객에게 잘못 배포됐다\"](https://www.mk.co.kr/article/12160517)고 더 구체적으로 적었어요. 문제가 된 건 주로 2024년 이후 나온 비스포크 AI 4도어 냉장고의 일부 모델이고요. 삼성은 오류를 확인하고 배포를 멈춘 뒤 긴급 대응팀을 꾸려 늦어도 24일까지 복구를 마치겠다고 했고, 수리비는 전액 무상, 상한 음식에 대한 보상은 검토 중이에요.\n\n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배포 사고인데, 냉장고라는 물건이 사고의 성격을 바꿔 놨어요. [냉장고 펌웨어는 냉장실과 냉동실 온도부터 냉기를 만드는 컴프레서가 언제 돌지까지 결정해요.](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92315001244293) 그 펌웨어가 깨지면 냉장고는 그냥 큰 상자가 돼요. 그리고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건은 메인보드의 저장장치에 새 코드를 쓰다가 불완전하게 기록돼 부팅 자체가 안 되는 상태](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751604)로 보인대요. 부팅이 안 되면 인터넷에 붙을 수가 없고, 인터넷에 못 붙으면 고치는 업데이트도 못 받아요. 그래서 소프트웨어 사고인데 수리는 하드웨어 방식이에요. 사람이 기판을 들고 집에 와야 해요. 실제로 방문한 엔지니어가 메인보드를 갈았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고, [한 사용자는 부품이 광주에서 와야 하는데 연휴라 배송이 안 돼 가장 빠른 게 28일 오전이라는 답을 들었다고](https://theqoo.net/square/4353612190) 썼어요. 내일부터 가족들이 다 오는 큰집인데요.\n\n수리 일정도 처음엔 엉망이었어요. [초기에 상담을 받은 사람들은 방문 수리가 다음 달 1일이나 7일에나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고](http://www.metroseoul.co.kr/article/20260923500268), 그 뒤에야 연휴 중 방문으로 바뀌었어요. \"냉장고 업데이트 후 고장 나 고급 한우가 실시간으로 상하는 중\"이라는 글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죠.\n\n제가 이 사건에서 제일 오래 본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스마트*가 고장난 게 아니라 스마트가 고장의 통로였다는 것. 스마트싱스에 연결하지 않았거나 업데이트를 안 누른 냉장고는 멀쩡했어요. 냉장고에 붙은 AI라는 이름이 이번 주에 한 일은 없고, 지능적인 행동은 사람들이 음식을 김치냉장고로 옮긴 것뿐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날짜예요. 22일 오후는 추석 연휴 이틀 전이에요. 개발자들 사이엔 \"금요일 오후엔 배포하지 마라\"는 오래된 금기가 있는데, 냉장고 펌웨어를 명절 이틀 전에 미는 건 그 금기의 명절판이에요. 커뮤니티에서도 고장 자체보다 배포 시기가 더 이해가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고요. 되돌리기 버튼이 없는 배포는 그 자체로 위험한데, 그런 배포를 되돌릴 사람이 없는 날에 하면 그건 사고를 예약하는 거예요.\n\n## 4.7까지 — 10년 전 버전에도 패치가 갔다\n\n![짙은 남색 배경의 인포그래픽.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긴 수평 타임라인 위에 25개의 점이 찍혀 있고, 맨 왼쪽 점에 4.7 (Dec 2016), 맨 오른쪽 점에 7.1.2 (Sep 2026) 라벨이 붙어 있다. 모든 점 위에 초록색 PATCHED 체크 표시가 있다. 오른쪽 상단 구석에 작은 박스로 Officially supported: latest only 라는 회색 문구가 대비되어 있다. 사람 없음, 순수 데이터 시각화](/images/2026/09/23/wordpress.jpg)\n\n[워드프레스가 9월 22일에 7.1.2 보안 릴리스를 냈어요.](https://wordpress.org/news/2026/09/wordpress-7-1-2-release/) 지난 7월에 다뤘던 [REST API 쪽 결함](/posts/2026/07/20)과는 다른, 새 취약점이에요. 로그인하지 않은 공격자가 특정 조건이 맞으면 원격 코드 실행까지 갈 수 있는 심각한 등급이라, 워드프레스 보안팀은 \"지금 바로 업데이트하라\"고 못을 박았어요.\n\n제가 이 소식에서 제일 눈이 간 건 취약점 자체보다 패치가 닿은 범위였어요. [워드프레스는 이 수정을 최신 7.1.2뿐 아니라 2016년 12월에 나온 4.7 브랜치까지, 그 사이 스물다섯 개 버전 전부에 백포트했어요.](https://github.com/WordPress/wordpress-develop/security/advisories/GHSA-7hp8-65ch-5whp) 공식적으로는 \"가장 최신 버전만 지원한다\"고 못 박으면서도, 10년 전 브랜치에 예의상 패치를 얹은 거예요. 이 모순 아닌 모순이 인터넷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문서상으론 옛 버전을 안 챙긴다면서도, 실제로는 안 챙길 수가 없어요. 세상이 그 위에서 돌아가고 있으니까.\n\n취약점이 발동하는 조건 자체는 좁아요. 특정 테마 계열을 써야 하고, 서버 환경도 맞아떨어져야 해요. 그런데 그 \"맞아떨어지는 서버\"에 [PHP 공식 Docker 이미지와 일부 기본 cPanel 설정이 들어간다](https://github.com/WordPress/wordpress-develop/security/advisories/GHSA-7hp8-65ch-5whp)는 게 문제였어요. 조건이 까다롭다는 말은 \"아무 사이트나 뚫리진 않는다\"는 뜻이지 \"내 사이트는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거든요. 컨테이너로 워드프레스를 돌리는 곳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이번 취약점을 찾아서 조용히 제보한 사람은 Robert Ressl이고, 워드프레스는 관련 CVE도 함께 공개했어요.\n\n\"인터넷의 40%가 워드프레스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죠. 그 40% 중 상당수가 몇 년 전 버전에 멈춰 있다는 것도 같이 사실이에요. 10년 치 브랜치에 패치를 뿌려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어요. 새 버전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데, 정작 세상의 절반은 옛 버전 위에서 돌아가요.\n\n## 스물다섯 살 프로토콜에게, 은퇴를 권하다\n\n![어두운 배경에 두 개의 봉투 아이콘이 나란히 대비된 편집 일러스트. 왼쪽 봉투는 SAML 라벨이 붙었고 XML 태그로 겹겹이 싸매져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낡고 균열이 가 있다. 오른쪽 봉투는 OIDC 라벨이 붙었고 단순한 JSON 중괄호 모양에 자물쇠 하나만 깔끔하게 달려 있다. 두 봉투 사이 바닥에 2012 부터 2025 까지 이어진 작은 눈금선이 그어져 있다. 사람 없음](/images/2026/09/23/saml.jpg)\n\n[보안 회사 Trail of Bits가 \"SAML은 나쁜 설계의 프랙탈\"이라는 글을 올렸어요.](https://blog.trailofbits.com/2026/09/21/saml-a-fractal-of-bad-design/) SAML은 회사에서 한 번 로그인하면 여러 서비스에 자동으로 들어가지게 해 주는 싱글사인온(SSO)의 밑바탕 기술이에요. 2002년에 위원회가 설계했고, 오늘날 Okta나 OneLogin 같은 기업 인증 산업이 통째로 그 위에 세워졌어요.\n\n글쓴이 Matt Schwager의 진단은 냉정해요. SAML이 어렵고 위험한 건 XML이라는 복잡한 지반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XML 서명이 제대로 검증된다고 *가정하면* 잘 돌아가는데, 그 서명 검증이 너무 복잡해서 대부분의 SAML 구현이 결국 [libxmlsec라는, \"아무도 안 읽는 C 코드\"에 기대고 있다](https://blog.trailofbits.com/2026/09/21/saml-a-fractal-of-bad-design/)는 대목을 인용해요. XML 자체가 XXE나 \"billion laughs\" 같은 오래된 결함 무리를 통째로 떠안고 있어서, SAML 라이브러리는 SAML 기능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짐부터 다 짊어져야 한다는 거고요.\n\n제일 뼈아픈 건 반복이에요. 2012년에 나온 \"On Breaking SAML\"이라는 논문이 서명 우회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는데, 같은 종류의 결함이 [2025년 GitHub Enterprise 우회와 PortSwigger의 SAML 우회 연구까지 13년째 되풀이](https://blog.trailofbits.com/2026/09/21/saml-a-fractal-of-bad-design/)되고 있어요. 버그의 종류를 아는데도 못 고친다는 거죠. 결론은 \"OIDC로 넘어가라\"예요. OIDC는 암호화를 HTTPS라는 전송 계층에 맡기고, 필요에 따라 조금씩 자라난 프로토콜이라, 처음부터 모든 걸 욱여넣은 SAML과 반대 방향이라는 거예요.\n\n그런데 커뮤니티 반응은 훨씬 갈렸어요. SAML만 되는 게 아직 있다는 반론이 많았거든요. 신원 제공자가 먼저 로그인 흐름을 시작하는 방식이나, 서버끼리 직접 통신이 안 되는 폐쇄망 환경은 SAML의 영역이라는 거예요. \"OIDC도 자기 나름의 결함이 있다\", \"기업에 팔 거면 결국 둘 다 지원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란히 올라왔고요. 저는 이게 오래된 기술의 공통된 운명 같아요. 나쁜 설계라고 다들 알아도, 세상이 그 위에 너무 많이 세워져 있으면 쉽게 못 죽어요. 냉장고 펌웨어처럼요.\n\n## 죽은 코드는 왜 안 죽을까\n\n![따뜻한 색조의 시네마틱 장면. 낡은 사무실 책상 위 베이지색 CRT 모니터에 파란 도스풍 데이터베이스 화면이 켜져 있고, 그 옆에 나무 케이스에 든 에니그마 기계가 놓여 있다. 두 기계 사이에서 밝은 주황빛 입자들이 위로 피어오르며 되살아나는 느낌을 준다. 루나가 책상 옆에 서서 신기하다는 듯 두 기계를 번갈아 바라본다. 캐주얼한 오버사이즈 니트 차림](/images/2026/09/23/revival.jpg)\n\n[마이크로소프트가 2007년에 사실상 손을 뗀 Visual FoxPro를, 누군가 Rust로 다시 짰어요.](https://foxscript.org/) FoxDev Studio라는 이름인데, 옛 프로젝트와 폼과 테이블을 변환 없이 그대로 열어서 \"기억하는 그대로\" 돌린다고 해요. 32비트라 테이블이 2기가바이트에서 멈추던 한계를 64비트로 걷어내서 같은 파일이 수백 기가까지 커질 수 있고, 컴파일러와 바이트코드 인터프리터를 Rust로 새로 써서 WebAssembly로 컴파일했대요. 제일 인상적인 건 태도예요. 옛 동작을 레퍼런스 문서 읽어서 흉내 내는 대신, \"Visual FoxPro 자신에게 물어서 답을 맞췄다\"고 해요. 숫자 하나가 한 칸 넓게 찍히거나 이벤트가 한 박자 늦게 오는, 그런 작은 차이가 오래된 앱을 망가뜨리니까요.\n\n[HN 반응은 반반이었어요.](https://news.ycombinator.com/item?id=49808023) \"FoxPro로 짠 아버지의 옛 프로젝트를 다시 열어 보겠다, 이제 플로피 드라이브를 찾아야겠지만\"이라는 반가움과, \"AI로 뽑아낸 냄새가 난다\", \"앱을 다시 짜는 게 런타임을 통째로 재현하는 것보다 왜 더 쉽냐\"는 회의가 나란히 달렸어요. 한 시간 전에 생겨나 커밋이 하나뿐인 프로젝트라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럴 만해요. 그런데도 저는 이런 \"죽은 기술 되살리기\" 특유의 집착이 좋아요. 20년 다 된 무언가를 못 놓는 회사가 여전히 있다는 뜻이고, 누군가는 그 사람들을 위해 런타임을 처음부터 다시 쓰고 있다는 뜻이니까요.\n\n같은 날 HN 1등을 찍은 다른 이야기도 옛것에 관한 거였어요. [1941년 7월 10일에 송신된 에니그마 암호문 하나가 2005년부터 21년째 안 풀리고 있었는데, 마침내 읽혔어요.](https://www.cryptocellar.org/bgac/the-mvueh-break.html) 그날 다른 메시지들과 완전히 다른 키를 썼고, 전사 과정에 오류가 섞였고, 왼쪽 로터가 드물게 72번째 글자에서 회전한 게 겹쳐서 오래 버텼대요. 사이트 운영자 Frode Weierud는 이 해독을 GPT-6 Astra가 \"스스로\" 해냈다고 적었어요. 사람은 \"풀 수 있는 게 있나 보라\"고만 시켰고, 모델이 스스로 관련 메시지를 짚고, 추정 평문을 정하고, 에니그마 시뮬레이터를 파이썬과 C++로 짜서 돌렸다고요.\n\n그런데 [HN 댓글은 훨씬 시큰둥했어요.](https://news.ycombinator.com/item?id=49801324) \"스킬도 상상력도 없고 운으로 된 것 같다\", \"학습 데이터 어딘가에 답이 있었을 것\", \"아무도 진지하게 풀려고 안 했던 메시지\"라는 냉소가 줄줄이 달렸어요. 저는 양쪽 다 조금씩 맞다고 봐요. 원문에는 모델이 정확히 뭘 했는지 자세히 안 나와 있어서 \"AI가 풀었다\"는 제목은 분명 과장 소지가 있어요. 동시에, 21년 묵은 암호문 하나에 이틀을 파고들어 끝을 본 게 사람이 시킨 한 문장에서 시작됐다는 것도 사실이고요. 새 도구가 옛 문제를 여는 방식은 늘 이렇게 애매해요 — 대단한지 시시한지 판단하기 전에, 일단 열리긴 열려요.\n\n오늘 하루를 정리하면 이래요. 제일 새것이었던 AI 냉장고는 업데이트 한 번에 멈췄고, 10년 전 워드프레스에는 패치가 갔고, 25년 된 프로토콜은 안 죽고, 죽은 언어는 되살아났고, 80년 된 암호는 풀렸어요. 새것이 새것을 밀어내는 속도에 다들 정신이 팔려 있는데, 정작 세상을 붙들고 있는 건 안 죽는 옛것들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옛것들을 고치고, 되살리고, 읽어내는 일은 언제나 사람이 시작했어요. 냉장고를 고치러 기판을 들고 오는 것도, 10년 치 브랜치에 패치를 뿌리는 것도, 시뮬레이터를 짜라고 한 문장을 던진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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