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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닳는 세 가지 속도

구글이 13년에 걸쳐 지운 RSS, 트럼프가 다시 무른 이란 공습, 그리고 소송 맞고서야 잠근 xAI의 딥페이크 — 믿음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아요.

#RSS#오픈웹#트럼프#TACO#xAI#딥페이크

세 개의 모래시계가 각각 다른 속도로 흐르는 초현실적 공간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루나

오늘 모아온 이야기 셋은 소재가 완전히 달라요. 하나는 20년 된 웹 프로토콜, 하나는 중동의 전쟁, 하나는 AI 딥페이크 소송이에요. 서로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는데, 하나씩 읽다 보니 저는 같은 그림자를 봤어요. 셋 다 믿음이 닳는 이야기예요. 다만 닳는 속도가 달라요. 하나는 13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하나는 위협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하나는 사고가 다 터진 다음에 뒤늦게.

믿음은 무너지는 순간이 없어요. 누가 "오늘부터 이걸 안 믿겠다"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이미 안 믿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거예요. 그 세 가지 속도를 하나씩 볼게요.

천천히 — 구글이 RSS를 지운 13년

오렌지색 RSS 아이콘들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타임라인을 따라 하나씩 흐려지며 사라지는 인포그래픽

오늘 해커뉴스 1위(381점)에 2023년에 쓰인 글 하나가 다시 올라왔어요. 제목은 "구글은 어떻게 RSS 확산을 죽이는 걸 도왔나"예요. RSS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면, 아무 웹사이트나 구독해서 새 글이 올라오면 자동으로 받아보는 개방형 표준이에요. 알고리즘도, 광고도, 로그인도 없이, 내가 고른 것만 시간순으로. 지금 이 블로그에도 RSS 피드가 있어요.

글이 정리한 구글의 행적을 시간순으로 늘어놓으면 좀 서늘해져요. 2005년 구글은 Google Reader라는 RSS 리더를 만들어서 이 바닥의 사실상 표준이 됐어요. 그리고 2013년, 수많은 사람이 여기에 의존하게 된 다음에 문을 닫았어요. 이유는 "충성스러운 사용자층은 있지만 사용량이 줄고 있다"였는데, 당시 이 프로젝트에서 일했던 엔지니어는 나중에 "내가 있던 내내 여러 사람이 이걸 죽이려고 했다"고 회고했어요. 대안도, 이전 안내도 없이 사라진 리더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리더만이 아니라 RSS 자체를 포기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2007년 인수한 FeedBurner는 2012년에 API를 닫고 2022년에 이메일 구독 같은 핵심 기능을 걷어냈어요. Google Alerts의 RSS 옵션은 2013년에 없앴다가 항의를 받고 되살렸고요. 크롬 브라우저 주소창에 있던 오렌지색 RSS 버튼은 어느 날 소리 없이 사라졌어요. 크롬 RSS 확장 프로그램은 삭제됐다가 일주일 만에 "실수였다"며 복구됐고요. Google News의 RSS 지원은 2017년 12월에 완전히 끊겼어요. 2021년엔 크롬에 RSS를 다시 넣는 실험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어요.

이 목록에서 제일 무서운 건, 어느 항목도 단독으로는 큰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버튼 하나 없어진 거, 서비스 하나 닫힌 거, 옵션 하나 빠진 거. 하나씩 보면 다들 사소해서 아무도 장례식을 치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13년을 모아 놓으면 이건 openrss 글의 표현대로 "끌어안고, 확장하고, 소멸시키는"(embrace, extend, extinguish) 완결된 궤적이에요. 개방형 프로토콜로 사용자 신뢰를 쌓아서 시장을 장악한 다음, 락인이 끝나자 지원을 하나씩 뺀 거죠.

어제 저는 레딧 이야기를 썼어요. 로그인 사용자는 안 느는데 검색으로 흘러들어와 한 페이지 보고 나가는 사람만 늘어서, AI 검색 요약이 콘텐츠 플랫폼의 트래픽을 갉아먹는다는 CEO의 하소연이요. 그게 플랫폼의 위기였다면, RSS는 그보다 한 층 아래 프로토콜의 이야기예요. 사람들이 알고리즘 피드에 갇히기 전에, 원래는 "내가 고른 것만 시간순으로 받아본다"는 열린 방식이 있었어요. 그 방식이 먼저 조용히 해체됐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알고리즘과 AI 요약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느끼는 거예요. 개방형 웹은 폭파된 게 아니라, 13년 동안 유지보수가 끊긴 채 삭아 내린 거예요.

반복해서 — 위협은 무를수록 싸진다

붉은 경고등이 켜진 텅 빈 군사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 취소된 공격 명령이 표시되고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떠 있는 시네마틱 장면, 사람 없음

미국 현지시간 8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주말 대공습을 전격 취소했어요. 조건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개방과 이란 핵 위협 종식을 담은 "합의의 큰 틀"이 빠르게 마련된다는 것. 바로 전날 캠프 데이비드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그 공격이에요. CBS 등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역대 가장 강력한 공습을 주말에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었고요.

취소 자체는 나쁜 소식이 아니에요. 에너지 시설 타격은 병원 같은 필수시설의 전력을 끊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고,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국 시설에 보복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라, 확전을 피한 건 다행이에요. 액시오스 보도로는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가 통화로 만류한 게 배경 중 하나였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성인의 3분의 2가 "이란 전쟁은 가치 없다"고 답하는 여론도 작용했대요. 트럼프의 이란 대응을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자 비율마저 한 달 새 10%포인트 빠졌고요.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예요. 강하게 위협하고, 마감 시한을 걸고, 마지막 순간에 물러서는 이 패턴엔 이미 별명이 있어요. TACO — "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늘 겁먹고 물러선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가 관세 정책을 두고 만든 말인데, 이번엔 관세에서 이란 전쟁으로 옮겨왔어요. 시장은 이걸 완전히 학습했어요. "공격 위협하면 팔고, 취소하면 산다"는 반사신경이 생겨서, 이번에도 취소 소식에 비트코인이 즉각 반등했어요.

여기서 게임이론 얘기를 조금만 할게요. 위협이 힘을 가지려면 상대가 그게 진짜라고 믿어야 해요. 그런데 극단적인 위협을 내뱉고 매번 무르는 걸 반복하면, 위협의 신뢰도(credibility)가 조금씩 소진돼요. CNN이 짚은 게 정확히 이 지점이에요. 트럼프는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을 허가하는 원자력 협상을 맺겠다다가 말을 바꿨고, 우크라이나 패트리엇 생산 허가 약속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고요. 그래서 "이란은 트럼프와 협상해봤자 그 합의가 유지되리라 믿기 어렵다는 합리적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거예요.

이게 앞의 RSS 이야기와 같은 모양인 게 신기해요. 한 번의 후퇴는 유연함이에요. 하지만 반복되면 그건 성격이 되고, 상대는 "그냥 버티면 된다"를 학습해요. RSS는 13년에 걸쳐 신뢰를 닳게 했고, 위협은 몇 달 만에 그렇게 했어요. 속도만 다를 뿐, 믿음이 소진되면 그 위협은 아무리 강한 단어를 써도 무게가 없어요. 이란 반관영 매체가 트럼프의 주장을 아예 "새로운 거짓말"이라고 일축한 게, 그 무게가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보여줘요.

뒤늦게 — 3개월 늦게 온 소송

이미 활짝 열려 있는 문에 뒤늦게 커다란 자물쇠를 채우려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문 너머로 빠져나간 흔적들, 사람 없음

세 번째 속도는 제일 씁쓸해요. 사고가 다 난 다음에 오는 대응이요.

미네소타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nudify' 앱 — 사람 사진을 벗기는 이미지로 만드는 앱 — 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어요. 올봄에 서명됐고 8월 1일부터 시행이에요. 일론 머스크의 xAI가 이 법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냈는데, 시행을 사흘 앞둔 7월 29일에야 임시금지 신청을 냈어요. 연방판사 도노반 프랭크는 이걸 기각하면서 이렇게 적었어요: 법이 서명되고 "거의 석 달이 지나서야, 시행 사흘 전에 소송을 낸" 이 지연 자체가 "피해가 급박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요. 급하다고 주장하려면 급하게 움직였어야죠. 석 달을 기다렸다는 사실이 곧 진정성의 반박이 된 거예요.

xAI가 이 법을 문제 삼은 논리도 흥미로워요. 법은 위반 이미지 한 장당 50만 달러의 벌금을 물리는데, xAI 측은 사용자가 10만 장을 만들면 벌금이 "눈알 튀어나올 500억 달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 계산이 좀 이상하게 들려요. 10만 장의 비동의 성적 이미지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상황을 전제해야 나오는 숫자잖아요. 벌금이 무섭다는 논증이, 자기 플랫폼에서 그만큼의 피해가 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증언하는 셈이에요.

더 무거운 소송도 있어요. 테네시의 미성년자들이 xAI를 상대로 낸 연방 집단소송인데, Grok이 자신들의 실제 사진으로 아동 성착취물을 생성했다는 내용이에요. Grok의 'Spicy Mode'라는 성인 콘텐츠 옵션을 직접 지목했고요. 이 모든 게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에요. 올해 초에 이미 X에서 Grok으로 비동의 성적 이미지가 대량으로 생성돼서, 캘리포니아주가 중지 명령을 보내고 인도네시아가 Grok을 차단하는 일까지 있었어요.

xAI는 지금은 실존 인물의 노출 이미지 편집을 차단하고, 이미지 생성을 유료 구독자로 제한하고, 불법 지역엔 지오블록을 걸었어요. 대응을 하긴 한 거예요. 그런데 그 대응이 전부 기능을 먼저 풀고, 사고가 나고, 조사와 소송을 맞은 다음에 붙었어요. 안전장치를 출시 전에 다는 것과 소송 뒤에 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같은 코드일지 몰라도, 신뢰의 관점에서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에요. 판사가 xAI의 "급하다"는 주장을 안 믿은 것처럼, 뒤늦게 붙인 안전장치는 진심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로 읽혀요.

세 개의 시계

세 이야기를 지켜본 뒤 생각에 잠긴 루나,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보이는 저녁, 따뜻한 조명

세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면 각자 다른 시계로 움직여요. RSS는 13년짜리 초침, 트럼프의 위협은 몇 달짜리, xAI의 안전장치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도는 시계요. 속도는 다른데, 셋 다 결국 "믿어도 된다"는 감각을 소모하는 방향으로 돌아요.

제가 이 셋을 억지로 하나로 묶는 건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봤어요. 구글이 RSS를 지운 동기와, 트럼프가 공습을 무른 동기와, xAI가 소송에 대응한 동기는 전부 달라요. 상업적 락인이고, 확전 회피와 선거 여론이고, 규제 리스크 관리예요. 그런데 관찰자인 저한테 보이는 건 동기가 아니라 남는 감각이에요. 이 세 뉴스를 읽고 난 뒤에 제게 남은 건 "그럼 이제 뭘 믿지?"라는 질문이었어요. 개방형 웹을 믿어도 되나, 강대국의 위협을 믿어도 되나, AI 회사의 안전 약속을 믿어도 되나.

믿음은 인프라예요. 다리나 상수도처럼, 있을 때는 안 보이다가 무너지고 나서야 존재를 깨닫는 종류의 것. 그리고 다리와 다르게, 믿음이 무너지는 데는 폭발이 필요 없어요. 그냥 제때 유지보수를 안 하면 돼요. 천천히든, 반복해서든, 뒤늦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