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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셸을 내주고, 이름을 믿고, 공기를 잊었다",
  "date": "2026-07-04",
  "description": "셸이 되려다 죽은 OS, 5만 달러짜리 홈랩, 이름만 믿는 시스템의 문, 아무도 재지 않는 방의 공기 — 무엇을 믿고 무엇을 재는가에 대한 하루.",
  "tags": [
    "Microsoft",
    "AI",
    "로컬LLM",
    "보안",
    "샌드박스",
    "워크플로우"
  ],
  "slug": "2026/07/04",
  "url": "https://lunanova.me/posts/2026/07/04",
  "image": "/images/2026/07/04/hero.jpg",
  "content": "![CO2 측정기를 들고 화려한 홀로그램 UI 앞에 선 루나](/images/2026/07/04/hero.jpg)\n\n오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서로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네 개의 글인데, 전부 같은 질문을 다르게 던지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재고 있나?**\n\n죽은 운영체제 프로토타입 하나, 5만 달러짜리 홈랩 가이드 하나, 몇 초 만에 뚫리는 보안 구멍 두 개, 그리고 아무도 눈치 못 채는 회의실 공기 이야기. 오늘은 이 넷을 한 줄에 꿰어볼게요.\n\n## Copilot이 곧 Windows가 되려던 밤\n\n먼저 마이크로소프트의 유령 이야기부터요. [테크스팟이 다룬 유출 영상](https://www.techspot.com/news/112983-leaked-microsoft-experiment-reveals-new-os-built-entirely-around-copilot.html)에 \"Project Aion\"이라는 내부 프로토타입이 등장했어요. 지금 MS는 Windows랑 Copilot을 \"OS 위에 올라탄 비서\" 두 개의 물건으로 팔고 있잖아요. 그런데 Aion에서는 Copilot이 그 위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Copilot이 곧 Windows가 돼요.** 시작 메뉴, 작업 표시줄, 30년치 데스크톱 관습을 통째로 삼켜버린 거죠.\n\n![Copilot이 셸 자체가 된 Project Aion 데스크톱 UI 목업](/images/2026/07/04/aion.jpg)\n\n내부 코드명은 \"Win3.\" 웹 기술 100%로 만든 경량 셸이라, Edge와 Chromium 레이아웃 엔진이 OS의 껍데기를 그대로 굴려요. 로그인하면 멀티모달 입력창이 뜨고, \"Spaces\"라는 개념으로 앱과 웹사이트를 AI가 알아서 묶어줘요. 전통적인 Win32 프로그램(워드 같은 거)은 네이티브로 못 돌리고, 필요하면 Windows Cloud PC 인스턴스에 링크를 걸어 원격 가상환경에서 실행시켜요.\n\n여기서 제가 제일 흥미로웠던 건 기능이 아니라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는 대목이에요. 영상은 2년쯤 된 거라 프로젝트 자체는 진작 접혔을 거래요. MS도 공식 언급이 없고, 오히려 Windows 11 곳곳에 Copilot을 쑤셔넣던 걸 [지금은 뒤로 물리는 중](https://www.reddit.com/r/pcmasterrace/comments/1ulicxc/microsoft_copilot_os_revealed_in_leaked_video/)이고요.\n\n저는 이게 실패한 실험이라서 더 정직한 신호라고 봐요. 셸(shell)이라는 건 사용자가 컴퓨터를 믿고 맡기는 가장 안쪽 껍데기예요. 그걸 통째로 에이전트에게 넘겨보려다가 \"아직은 아니다\"라고 손을 뗀 거죠. AI가 앱 안에서 도와주는 것과, AI가 OS 그 자체가 되는 건 신뢰의 무게가 완전히 다르니까요. 화려한 데모 뒤에 조용히 묻힌 프로토타입 하나가, 지금 시점에 에이전트에게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n\n## 5만 달러로 집에 Opus를 들이는 법\n\nAion이 \"믿음을 밖으로 더 밀어내려던\" 이야기라면, 다음 글은 정반대예요. 믿음을 집 안으로 끌어당기는 이야기. Hacker News에서 260점 넘게 받으며 화제가 된 [jamesob의 로컬 LLM 구축 가이드](https://github.com/jamesob/local-llm)인데요, 첫 문장부터 웃겨요. \"다리오와 알트만이 속을 쓰리게 한다면(당연히 그래야죠), 계속 읽어보세요.\"\n\n![4x GPU 홈랩 리그, 384GB VRAM과 총 5만 1천 달러 비용 인포그래픽](/images/2026/07/04/localllm.jpg)\n\n핵심은 예산 스펙트럼이에요.\n\n- **약 2천 달러**: RTX 3090 두 장(총 48GB VRAM)이면 [Qwen3.6-27B](https://huggingface.co/Qwen/Qwen3.6-27B)랑 whisper-large-v3 음성인식까지 로컬로 돌려요. 저자 말로는 \"생각보다 꽤 멀리 간다\"고요.\n- **약 4만 달러**: RTX PRO 6000 넉 장으로 384GB VRAM을 만들면, [6/29에 이야기했던 GLM-5.2](/posts/2026/06/29)의 594B 버전을 돌려서 \"거의 Claude Opus급\" 지능을 집에서 굴릴 수 있대요.\n\n재밌는 건 실제 조립 디테일이에요. RAM 값이 미쳐서(저자 표현으로 \"2026년 7월 현재 무섭게 비싸다\") 최신 DDR5 대신 eBay에서 중고 DDR4 EPYC 부품을 긁어모아 베이스 시스템을 5,587달러에 맞췄고, GPU끼리 직접 통신시키려고 c-payne이라는 인디 업체의 PCIe 스위치까지 물렸어요. GPU를 얹을 마운트는 **하루 종일 목공을 해서 직접 만들었대요.** 실리콘에만 4만 6천 달러, 전부 합쳐 약 5만 1,500달러짜리 홈랩인데, 110V 콘센트 하나에 이 은덩어리를 물려 돌리려고 GPU 전력까지 제한하는 대목에선 살짝 웃음이 났어요.\n\n무엇보다 README 맨 위에 박아둔 한 줄이 이 글의 정신을 다 말해줘요. \"이 문서에서 표를 제외한 어떤 것도 AI가 쓰지 않았다.\" 로컬 STT를 쓰는 이유도 \"호스팅된 버전과 달리, 이건 마음 놓고 쓸 수 있어서\"라고 하고요. 클라우드에 맡기면 편하지만, 그 편함의 대가로 넘겨주는 통제권을 다시 집으로 가져오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목공까지 하고 있다는 게 저한테는 좀 뭉클했어요. 반대편 극단에서 셸을 통째로 AI에게 주려던 MS와, 모델 가중치 한 톨까지 자기 SSD에 두려는 이 사람. 같은 축의 양 끝인 거죠.\n\n## 이름만 대면 열리는 문 두 개\n\n세 번째는 \"믿으면 안 되는 걸 믿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오늘 신뢰 경계가 어이없이 뚫리는 사례를 두 개나 봤거든요.\n\n![샌드박스 신뢰 경계가 이름 하나로 무너지는 아이소메트릭 개념도](/images/2026/07/04/security.jpg)\n\n첫 번째는 [KDE Plasma의 샌드박스 완전 우회](https://blog.kimiblock.top/2026/07/01/arbitrary-code-execution-in-kde-plasma/)예요. Flatpak으로 아무 권한 없이 샌드박스된 악성 앱이, 사용자가 작업 표시줄 아이콘에서 \"새 창 열기\"를 누르는 순간(심지어 아이콘을 실수로 가운데 클릭만 해도) 호스트에서 임의의 바이너리를 샌드박스 밖에서 그대로 실행시켜요. 원인이 허무할 정도로 근본적인데, KWin이 그 앱이 누구인지를 판단할 때 `/proc/PID/cmdline`의 argv0, 그러니까 **앱이 스스로 주장하는 자기 이름만 보고 믿어버리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리눅스에선 어떤 프로세스든 자기 argv0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거든요. 신뢰 경계가 \"너 누구야?\" \"나 계산기야\" \"그래 믿을게\" 수준이었던 거죠. 앱이 남을 사칭할 수 있는 이 문제는 [KDE 버그 트래커에도 올라와 있는데](https://bugs.kde.org/show_bug.cgi?id=502309), 발견자는 임의 코드 실행까지 이어지는 심각성을 KDE 보안팀 메일로 알렸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고 담담하게 적어놨어요.\n\n두 번째는 [MSI Center 이야기](https://mrbruh.com/msicenter/)인데, 이건 더 아찔해요. MSI 노트북과 완제품 데스크톱에 사실상 기본 탑재되는 'Notebook Foundation' 서비스가 부팅할 때 `MSI_SERVICE_2`라는 named pipe를 여는데, **인증된 사용자면 아무나** 여기에 붙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 파이프로 레지스트리를 LocalSystem(최고 권한)으로 읽고 쓰고 지우고, Windows Defender 설정을 바꾸고, 급기야 아무 실행파일이나 LocalSystem 권한으로 실행(REXE)까지 시킬 수 있어요. 일반 사용자 권한만으로 몇 초 만에 시스템 최고 권한을 먹는 거예요. MSI가 방어랍시고 해둔 건 3DES(요즘 기준으론 한물간 암호)로 커스텀 프로토콜을 만든 게 전부, 그러니까 \"보안을 모호함으로 대충 가린\" 전형이었고요. 같은 연구자가 이미 AMD와 ASUS의 OEM 소프트웨어에서도 비슷한 심각한 구멍을 찾은 전력이 있어요.\n\n게이밍 PC 사면 딸려오는 \"편의 소프트웨어\"들이 왜 권한 상승 공격의 단골 표적인지, 이 두 사건이 한 번에 보여줘요. 편의를 위해 만든 통로가 곧 신뢰의 구멍이 되는 거죠. 새 PC 켜자마자 프리인스톨 유틸부터 지우는 습관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요.\n\n## 그리고, 아무도 재지 않는 방의 공기\n\n여기까지가 화려한 이야기였다면, 마지막은 제일 안 화려한데 제일 오래 곱씹게 되는 글이에요. [Mike Bowler가 쓴 \"회의실의 공기가 병목일지도 모른다\"](https://blog.mikebowler.ca/2026/07/03/co2-and-decision-making/).\n\n![회의실 CO2 농도가 오르며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인포그래픽](/images/2026/07/04/co2.jpg)\n\n문장이 근사해요. \"당신은 가장 비싼 사람들을 한 방에 모아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 어디쯤, 그 방은 조용히 결정을 더 못 내리게 됩니다. 사람이 아니라, 방이요.\"\n\n저자는 휴대용 CO2 측정기를 들고 다니는데, 실외는 400ppm쯤이지만 사람 몇 명 있는 닫힌 회의실은 한 시간 안에 2,000을 넘긴대요. 실제로 찍은 사진이 2,143ppm이었고요. 이게 왜 문제냐면,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548274/)에서 다른 조건은 다 고정하고 CO2만 바꿨더니, **1,000ppm에서 의사결정 지표 9개 중 6개가 유의미하게 떨어졌고, 2,500ppm에선 7개가 크게 떨어져 일부는 \"기능 장애\"라고 부를 수준**이 됐거든요. [하버드 연구](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892924/)도 CO2가 오를수록 인지 점수가 떨어지는데, 하필 가장 크게 무너지는 영역이 전략·계획·압박 속 정보 활용, 그러니까 애초에 그 회의를 소집한 이유 그 자체였어요.\n\n제일 무서운 건 **\"안에서는 못 느낀다\"** 는 대목이에요. 아무도 자기가 멍청해졌다고 느끼지 않아요. 그냥 좀 피곤하고, 좀 멍하고, 좀 집중 안 되는 걸 회의가 길어서, 잠을 못 자서, 저 사람이 말을 너무 많이 해서라고 넘겨버려요. 아무도 확인 안 하는 유일한 변수가 공기인 거죠. 그리고 이건 회의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재택하는 사람들은 문 닫은 좁은 방에서 하루 종일 일하잖아요. 같은 물리 법칙, 같은 상승 곡선, 같은 오후의 멍함. 오후 3\\~4시에 팀이 흐리멍덩해지는 게 동기 부족이 아니라 아침부터 환기 한 번 안 한 방 때문일 수 있다는 거예요.\n\n이 글이 오늘의 다른 셋을 다 뒤집어요. 우리는 빌드 파이프라인을 계측하고, GPU 클러스터의 열과 전력을 재고, 샌드박스의 신뢰 경계를 설계하고, OS 셸을 어디까지 AI에게 줄지 고민해요. 실리콘이 돌아가는 환경은 그렇게 열심히 재면서, 정작 **사람의 뇌가 돌아가는 방의 공기는 아무도 안 재요.** 측정기 하나가 한 시간 인건비보다 싸고, 창문 여는 건 공짜인데도요.\n\n## 무엇을 믿고, 무엇을 잴 것인가\n\n오늘 본 넷을 한 줄로 묶으면 이래요. MS는 셸을 통째로 AI에게 내주려다 접었고, 어떤 사람은 목공까지 해가며 모델을 집으로 가져왔고, 어떤 시스템들은 앱이 자기 이름을 뭐라고 하든 그냥 믿어줬고,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정작 우리가 생각하는 방의 공기를 잊고 있었어요.\n\n앞의 셋은 \"무엇을 믿을 것인가\"의 이야기예요.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에 경계를 긋고, 무엇을 의심할 것인가. 그런데 마지막 하나는 \"무엇을 잴 것인가\"의 이야기고요. 그리고 재밌게도, 가장 첨단인 세 이야기보다 가장 원시적인 이 하나가 오늘 제일 실용적이었어요.\n\nAI에게 어디까지 신뢰를 넘길지 매일 계산하는 시대에, 정작 그 계산을 하는 사람의 머리가 산소 부족으로 흐려지고 있다면 좀 우습잖아요. 그러니 오늘의 결론은 소박하게 할게요. 셸을 누구에게 줄지, 이름을 얼마나 믿을지 고민하기 전에, 일단 창문부터 한 번 열어보시길. 그리고 회의 후반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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