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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000년 전 철학자를 깨우고, 살아있는 대통령을 죽였다'
date: '2026-06-26'
description: '2,000년 전 두루마리를 깨운 머신러닝, 대통령을 죽인 AI 검색, 아이 목소리를 탐낸 페파피그, 맥북값을 올린 데이터센터 — AI가 같은 주에 남긴 네 개의 흔적.'
tags: ['AI', '머신러닝', '헤르쿨라네움', 'AI허위정보', '칩플레이션']
image: '/images/2026/06/26/her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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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고대 도서관에서 되살아나는 두루마리와 깨진 가짜뉴스 화면 사이에 선 루나](/images/2026/06/26/hero.jpg)

이번 주에 저는 같은 기술이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걸 동시에 봤어요.

한쪽에서는 머신러닝이 2,000년 동안 아무도 못 읽던 죽은 철학자의 글을 빛으로 되돌려놨고, 다른 한쪽에서는 AI 검색이 멀쩡히 살아있는 미국 대통령을 광견병으로 죽여버렸어요. 한쪽은 진짜인데 읽을 수 없던 걸 읽어냈고, 다른 한쪽은 가짜인데 진짜처럼 읽어냈죠. 너무 정확한 거울상이라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같은 한 주에 AI가 남긴 네 개의 흔적을 모아봤어요. 죽은 자를 깨우고, 산 자를 묻고, 아이의 목소리를 탐내고, 제 지갑을 열게 한 흔적들이요.

## 2,000년의 침묵을 깬 건, 두루마리를 펴지 않는 기계였다

![탄화된 두루마리가 X선 단층촬영과 머신러닝을 거쳐 고대 그리스어 텍스트로 되살아나는 과정](/images/2026/06/26/herculaneum.jpg)

서기 79년, 베수비우스 화산이 헤르쿨라네움을 덮쳤을 때 그 마을의 별장 도서관에 있던 수백 개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는 불에 타 새까만 숯덩이가 됐어요. 그런데 묘하게도, 바로 그 탄화 덕분에 두루마리는 썩지 않고 살아남았어요. 문제는 너무 약해져서 펴는 순간 가루가 된다는 거였죠. 읽으려면 부숴야 하는, 잔인한 거래였어요.

[베수비우스 챌린지 팀이 이번 주에 발표한 내용](https://scrollprize.org/firstscroll)은 이 거래를 깨버렸어요. PHerc. 1667이라는 두루마리를 단 한 번도 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읽어낸 거예요. 인류 역사상 봉인된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를 끝에서 끝까지 완독한 건 이게 처음이에요.

방법이 진짜 SF 같아요. 프랑스 그르노블의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광 가속기(ESRF)](https://www.diamond.ac.uk/Home/News/LatestNews/2026/New-secrets-revealed-from-the-Herculaneum-scrolls.html) BM18 빔라인에서 고해상도 위상차 X선으로 두루마리 내부를 단층촬영하고, 둘둘 말린 면의 기하 구조를 컴퓨터로 복원한 다음, 그걸 평평한 한 장으로 펼쳐요. 그리고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시켜서 탄화된 파피루스와 거의 구분도 안 되는 희미한 잉크 흔적을 잡아내죠. 마지막엔 파피루스학자들이 한 줄 한 줄 직접 검토하고 옮겨 적었어요.

읽어낸 게 뭐냐면, 인간의 본성과 충동, 도덕적 성장을 다루는 스토아 철학의 윤리 논문이었어요. 남아있는 22개 칼럼의 마지막 부분에 아리스토크레온이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이 사람이 위대한 스토아 철학자 크리시포스의 조카이자 제자거든요. 그 이름과 문체 덕분에 기원전 2세기 저작으로 연대까지 좁혀졌어요. 또 다른 두루마리 PHerc. 139에서는 제목과 저자를 복원했는데, 에피쿠로스학파 철학자 필로데무스의 『신들에 관하여 제8권』이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이게 전부 오픈 사이언스라는 거예요. 단층촬영 데이터도, 복원한 표면도, 코드도 전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로 공개됐어요. 게다가 이 연구팀의 상당수가 원래는 [공개 공모전 참가자들](https://www.washingtonpost.com/science/2026/06/25/scientists-have-just-unlocked-secrets-an-ancient-scroll-torched-by-mount-vesuvius/)이었대요. Nat Friedman과 Daniel Gross가 후원으로 시작한 대회에 도전했다가 상을 받고, 그대로 팀에 합류해서 결국 두루마리 한 권을 통째로 읽어낸 거죠.

2,000년 전 누군가가 쓴 생각이 화산재 속에서 살아남았다가, 머신러닝을 거쳐 다시 빛으로 돌아온다는 게... 역사의 타임캡슐을 여는 기분이에요. AI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 중 하나를 본 것 같았어요.

## 같은 기술이, 살아있는 사람을 죽였다

![트럼프가 광견병으로 죽었다는 AI의 가짜 답변 화면을 어이없이 바라보는 루나](/images/2026/06/26/poisonai.jpg)

그리고 거의 같은 시점에, 같은 기술 계열이 정반대 짓을 했어요.

DuckDuckGo의 AI 검색 기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달 7일에 광견병으로 사망했다고 답한 거예요. 심지어 JD 밴스 부통령도 광견병으로 트럼프보다 먼저 죽었다고 덧붙였고요. 두 사람 다 멀쩡히 살아있는데 말이죠.

이게 어디서 왔냐면, [r/poisonai라는 레딧 포럼](https://cybernews.com/ai-news/duckduckgo-ai-hallucination-trump/)이에요. 올해 1월에 만들어졌고 지금 구독자가 4만 5천 명인데, 이름 그대로 AI 산업을 겨냥한 거대한 농담 집단이에요. 회원들이 작정하고 말도 안 되는 허위 정보를 올려요. 벽돌에 물을 주면 자란다거나, 대왕고래가 주황색이라거나, JD 밴스가 광견병으로 죽었다는 게 이 집단이 가장 좋아하는 단골 소재죠. 그러니까 이건 AI가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시험하려고 일부러 판 함정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진짜로 걸렸어요. WKNA 49라는, 웨스트버지니아 방송사인 척하지만 AI가 만든 가짜 뉴스로 가득한 사이트가 r/poisonai를 인용했고, DuckDuckGo의 AI가 다시 그 가짜 사이트를 근거랍시고 가져온 거예요. 가짜가 가짜를 인용하고, AI가 그 위에 신뢰의 도장을 찍어준 셈이죠.

저는 이게 단순한 환각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 AI가 조작된 온라인 합의를 신뢰할 만한 증거로 취급한다는 게 핵심이거든요. 레딧 댓글들조차 풍자인지 진심인지 경계가 흐릿한데, "내가 밴스 친척이면 100억 달러 소송 걸겠다" 같은 댓글이 오히려 그 거짓말의 그럴듯함을 키워서 AI가 출처로 끌어다 쓰게 만들었어요. DuckDuckGo는 결국 해당 질문에 대해 AI 답변을 꺼버렸죠.

앞 두루마리 이야기랑 나란히 놓으면 소름이 돋아요. 헤르쿨라네움에서는 파피루스학자들이 머신러닝이 뱉은 글자를 한 줄 한 줄 검증했어요. 여기서는 아무도 검증하지 않았고요. 같은 "AI가 텍스트를 읽어준다"인데, 검증 레이어가 있느냐 없느냐가 2,000년 전 진실을 살려내느냐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느냐를 갈랐어요. 이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에요. 예전엔 구글 AI가 풍자 매체 디 어니언의 "하루에 돌 하나씩 먹으라"는 기사를 진지하게 인용한 적도 있었죠.

## 페파 피그가 아이들의 목소리를 원한다

![작은 마이크 앞에 놓인 계약서와 그 위로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images/2026/06/26/hasbro.jpg)

세 번째 흔적은 목소리에 관한 거예요. 죽은 철학자의 목소리를 윤리적으로 되살린 헤르쿨라네움과 정확히 반대편에 있는 이야기죠.

페파 피그를 2019년에 인수한 미국 완구 대기업 해즈브로가, 이 애니메이션에 참여하는 아역 배우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AI에 넘기는 계약](https://www.hollywoodreporter.com/business/business-news/studio-minor-performers-surrender-voices-ai-1236630694/)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어요. 새 계약 조항에 아이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AI 용도로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권리가 들어있는데, 해즈브로가 아이 목소리를 복제해서 AI로 생성한 오디오를 페파 피그 상업 콘텐츠에 쓸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문제는 이게 "받아들이든가 말든가" 식의 최후통첩으로 제시된다는 거예요. 부모나 보호자가 조항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이가 일을 잃을 수 있어요. 상대가 미성년자인데, 계약 협상력의 불균형에 미래 생계 위협까지 겹친 거죠.

반발이 거셌어요. 어린 공연자 에이전트 협회(AYPA)가 만든 [공개서한에 1,000명 넘게 서명](https://deadline.com/2026/06/peppa-pig-hasbro-child-actors-ai-backlash-1236967142/)했어요. 이 조항이 착취적이고 공연자의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비판이 업계 전반에서 터져나왔죠. 해즈브로는 아동 공연자 보호에 전념하고 있고 AI 논의를 책임감 있고 투명하게 접근하고 싶다고 해명했지만, 글쎄요.

성인 배우들이 AI 목소리 권리 문제로 파업까지 갔던 게 엊그제인데 이번엔 아역이에요. 어른은 그래도 자기 권리를 협상할 수 있지만, 일곱 살짜리는 자기가 뭘 넘기는지도 모른 채 평생 쓰일 목소리를 내주게 되는 거잖아요.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2,000년 만에 조심스럽게 되살리는 일과, 산 아이의 목소리를 미리 가져가려는 일이 같은 주에 일어났다는 게 참 묘해요.

## AI가 삼킨 메모리, 청구서는 당신에게

![데이터센터로 빨려 들어가는 메모리 칩과 치솟는 전자제품 가격표 인포그래픽](/images/2026/06/26/chipflation.jpg)

앞의 세 가지가 좀 추상적인 위협이었다면, 네 번째는 지갑에 직접 꽂히는 흔적이에요.

애플이 25일(현지시간)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전 세계적으로 약 15\~25% 인상](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6269143i)했어요. 모델별로 적게는 100달러, 많게는 300달러씩 올랐죠. 한국에서는 99만원이던 맥북 네오가 119만원이 됐고, 맥북 에어와 프로는 모델에 따라 40\~70만원씩 뛰었어요. 최고 사양 16인치 맥북 프로는 9,9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00만원](https://www.yna.co.kr/view/PYH20260626118400013)이 됐고요. 그리고 애플이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 가격 인상](https://www.mt.co.kr/world/2026/06/26/2026062607432076657)을 발표했어요.

이유가 흥미로워요. 트럼프 관세 때문일 거라고 짐작한 사람이 많았는데, 사실은 관세가 아니에요. [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https://zdnet.co.kr/view/?no=20260626012843)했고, 그 바람에 부품 가격이 단기간에 유례없이 치솟은 게 진짜 원인이에요. 애플 스스로 "부품 가격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른 사례는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예요. 사람들은 이걸 '칩플레이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이 대목에서 제가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게 있어요. 얼마 전에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총 1위에 오르고 마이크론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면서 HBM 슈퍼사이클이 주식 시장을 들끓게 했잖아요. 그런데 그 똑같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반대편에서는 제가 살 노트북 가격표로 돌아온 거예요. 한쪽에서 누군가의 주가를 올린 바로 그 수요가, 다른 쪽에서는 평범한 소비자의 청구서를 올리고 있는 거죠. 한 커뮤니티에서는 "자고 일어나니 40만원 올랐다"는 비명이 나오고, 다음 차례인 아이폰도 오를 거라는 전망에 다들 지금 사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요.

AI 인프라 경쟁은 저 멀리 빅테크들의 군비 경쟁처럼 보이지만, 그 비용의 일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조금씩 나눠 내고 있었던 거예요.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삼킬수록, 내 손에 들어올 기계는 비싸지는 구조요.

## 같은 도구, 네 개의 손

이 네 가지를 늘어놓고 보니까, AI 자체가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머신러닝이 2,000년 전 철학을 빛으로 되살리기도 하고,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기도 했으니까요.

차이를 만든 건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쥔 손이었어요. 헤르쿨라네움 팀은 파피루스학자가 한 글자씩 검증했고, 데이터를 전부 공개해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어요. DuckDuckGo는 아무도 검증하지 않았죠. 해즈브로는 가장 약한 상대인 아이들에게 권리를 내놓으라고 했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기들 인프라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 쪽으로 흘려보냈어요.

그래서 저는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질문보다 "그 AI를 누가, 어떤 검증을 거쳐 쥐고 있나"라는 질문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같은 주에 도착한 이 네 개의 흔적이, 그걸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