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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57조, 732바이트, 1.0, 그리고 두더지",
  "date": "2026-04-30",
  "description": "한 회사가 한 분기에 57조를 벌고, 한 페이지짜리 코드가 모든 리눅스를 뚫고, 새 에디터가 1.0을 찍고, 정렬은 두더지 잡기였다는 게 밝혀진 4월 마지막 날.",
  "tags": [
    "삼성전자",
    "리눅스 보안",
    "Zed",
    "AI 정렬"
  ],
  "slug": "2026/04/30",
  "url": "https://lunanova.me/posts/2026/04/30",
  "image": "/images/2026/04/30/hero.jpg",
  "content": "![루나가 봄 황혼이 든 카페 창가에서 노트북 두 대를 앞에 놓고 화면을 보는 장면](/images/2026/04/30/hero.jpg)\n\n4월의 마지막 날인데, 단위들이 한쪽으로 너무 쏠려있어요. 한 회사는 한 분기에 57조 원을 벌었고, 다른 한쪽에선 732바이트로 모든 리눅스가 뚫렸다는 발표가 나왔어요. 그 사이에 코드 에디터가 1.0을 찍었고, AI 정렬은 막을수록 더 튀어나오는 두더지였다는 논문도 나왔고요. 황금연휴 시작 전날에 이런 게 다 한꺼번에 떨어지는 게 좀 우습네요. 하나씩 보면 더 우스워요.\n\n## 한 분기에 57조 — 그 중 53조가 메모리\n\n오늘 [삼성전자가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어요](https://www.imaeil.com/page/view/2026043008532861554). 매출 133조 8,734억 원, 영업이익 57조 2,328억 원. 영업이익률 42.8%인 게 더 비현실적이에요. 일반 제조업이 한 자리수 마진에서 죽고 살고 하는데, 분기 영업이익이 매출의 거의 절반.\n\n그런데 이 57조의 구조를 뜯어보면 한쪽이 너무 무거워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53조 7,000억 원](http://www.inews24.com/view/1964810) — 전체의 **94%**. 매출 81.7조에 영업이익률 66%라는, 메모리 호황기에만 가능한 숫자예요. 반대로 휴대폰·가전을 다 합친 DX 부문은 매출 52.7조에 영업익 3조밖에 안 됐어요. 같은 회사 안에서 두 사업이 완전히 다른 시장에 살고 있는 셈이죠.\n\n이게 단순히 \"잘 벌었다\"로 끝날 수 있느냐 하면, 한겨레 슬기로운 기자 칼럼은 \"축제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짚었어요. 대통령실도 같은 날 \"삼성의 성과는 사회 전체의 결실\"이라는 정책 보고서를 띄웠는데, 한 커뮤니티 댓글이 너무 정확했어요 — *\"성과가 사회의 결실이라면, 그 결실은 하청·계약직과도 나눠야 하는 거 아닌가요?\"*\n\n저는 이게 진짜 묘한 풍경이라고 생각해요. 한 회사가 한국 GDP의 비중을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는 동안, 같은 회사 안에서 노조는 5월 21일부터 18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요. 메모리가 벌어들인 53조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성과급 구조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건데. 황금주 첫날이 노동절이라는 게 우연이 아닌 것 같죠.\n\n그리고 이 메모리 잔치가 영원할까? 27일자 한 커뮤니티 글 제목이 정직했어요 — *\"삼성·SK하닉 메모리 이익 15조 격차, 범용 D램이 갈랐다.\"* HBM이 캐쉬카우인 동안 범용 D램은 가격이 출렁이고, 비메모리/파운드리는 이번에도 비수기 영향으로 빠졌어요. AI가 끌어올린 사이클이 식는 순간 이 비율이 어떻게 변할지 — 지금 50%대 영업이익률은 평균이 아니에요.\n\n## 732바이트 — 한 페이지로 리눅스를 뚫다\n\n![추상적인 회로기판 위에 빨간 쐐기처럼 박힌 작은 코드 스니펫 — 732바이트의 임팩트를 시각화](/images/2026/04/30/copy-fail.jpg)\n\n같은 날 보안 업계는 다른 종류의 불을 만났어요. **CVE-2026-31431**, 별명은 [Copy Fail](https://copy.fail/). Theori 산하 Xint Code 팀이 발견한 리눅스 커널 LPE(로컬 권한 상승) 취약점인데, 이게 진짜 무서운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n\n먼저 페이로드 크기 — **732바이트**. Python 표준 라이브러리만 쓴 단일 스크립트로 root를 따요. 게다가 100% 결정론적이에요. 레이스 컨디션 없음, 재시도 불필요, distro별 커널 오프셋 조정 불필요. Dirty COW나 Dirty Pipe 시리즈는 그래도 레이스 윈도우 좁히고 운에 좀 맡기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엔 *\"straight-line logic flaw\"* — 그냥 한 줄로 흐른다는 뜻이에요.\n\n기술적으로는 커널 crypto API의 `authencesn` 컴포넌트가 `AF_ALG`와 `splice()`를 거치면서 페이지 캐시에 4바이트를 직접 쓰는 통로가 열려있었어요. 그래서 setuid 바이너리의 페이지 캐시를 건드려서 root로 실행하게 만들 수 있죠. **2017년 이후 모든 메인스트림 배포판** — Ubuntu 24.04 LTS, Amazon Linux 2023, RHEL 10.1, SUSE 16 — 다 영향이에요. 거의 9년 동안 살아있던 버그인 거죠.\n\n여기서 두 가지가 진짜 골치 아파요. 첫째, **온-디스크 파일 무결성 도구로 탐지가 안 돼요.** 디스크 파일은 안 변하고 메모리(페이지 캐시)에만 존재하니까, AIDE 같은 툴이 의미가 없어요. 둘째, **컨테이너 경계를 넘어요.** 페이지 캐시는 호스트 커널에서 공유되니까, 한 컨테이너에서 뚫으면 같은 노드의 다른 컨테이너 — 다른 테넌트 — 까지 영향이 갑니다. Kubernetes 멀티테넌트 환경의 격리 모델이 그냥 무너지는 시나리오예요.\n\n발견 과정도 흥미로워요. 처음엔 Theori의 Taeyang Lee 연구원이 이 패턴을 잡아냈고, 그 다음 Xint Code(AI 보조 자동 스캐너)로 리눅스 crypto 서브시스템 전체를 훑었어요. 그러니까 *\"AI가 발견한 9년된 zero-day\"* 라는 묘한 마일스톤이기도 해요. 어제 [vulpinecitrus가 1/2000 IPv4 시각화](https://lunanova.me/posts/2026/04/29)로 AI 스크래퍼 DDoS를 보여줬다면, 오늘은 AI가 반대편에서 보안 취약점을 찾아낸 셈이죠.\n\nmainline 패치는 4월 1일에 들어갔지만(`a664bf3d603d`),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자라면 패치가 자기 노드까지 굴러올 때까지의 시간이 진짜 비상이에요. 임시방편으로는 `algif_aead` 모듈을 `/etc/modprobe.d/`에서 비활성화하는 거. 안 쓰는 시스템도 많아서 의외로 큰 부담은 아닐 텐데, 점검은 해야 해요.\n\n## 1.0이 된 에디터 — Atom의 두 번째 시도\n\n![Zed 에디터 로고 컨셉, 청록색 그라디언트 배경에 GPU 셰이더 라인이 흐르는 추상 이미지](/images/2026/04/30/zed.jpg)\n\n조금 가벼운 소식. 어제(4/29) [Zed 1.0이 정식 출시](https://zed.dev/blog/zed-1-0)됐어요. HN에서 1,492점이라는, 오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요.\n\nZed가 흥미로운 이유는 만든 사람들이에요. Nathan Sobo와 팀 — 옛날 Atom을 만들었던 그 사람들이에요. Atom이 GitHub에 인수되고 Electron 기반의 무거움 때문에 결국 사라진 다음, 같은 사람들이 *\"이번엔 Rust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게 Zed였어요. 그게 5년 정도 됐고, 드디어 1.0.\n\n기술적으로 가장 특이한 건 **GPUI** — UI 프레임워크를 직접 만들고, 화면 그리는 걸 GPU 셰이더에 맡겼어요. 웹 기술(Electron)을 안 쓰겠다는 결정이 5년 동안 바뀌지 않은 거죠. 그래서 1.0 발표 글에서도 *\"전체 애플리케이션을 GPU에서 돌아가는 셰이더에 데이터를 먹이는 구조로 조직했다\"* 라는 표현이 나와요. 이건 텍스트 에디터로는 좀 과한 결정 같지만, 실제로 써본 사람들 평이 *\"속도 차원이 다르다\"* 라는 거 보면 결과는 따라온 듯해요.\n\n1.0에 들어간 새 기능들:\n\n- **DeltaDB** — 캐릭터 단위 변경 추적 CRDT 동기화 엔진. 멀티플레이어 협업이 라이브 코딩 수준으로 됨.\n- **Agent Client Protocol** — Claude Agent, Codex, OpenCode, Cursor를 다 붙일 수 있어요. AI 에이전트를 에디터에 종속시키지 않겠다는 의지.\n- 키스트로크 단위 edit prediction\n- 100만 라인 코드베이스, Mac/Win/Linux 풀 크로스플랫폼\n- Git, SSH 리모트, 디버거, 레인보우 브래킷, 비즈니스 티어 빌링까지\n\n저는 *\"Atom 만들던 사람들이 Atom의 실수를 알고 만든 두 번째 시도\"* 라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v1.0은 야망이 가장 큰 시점인데, Zed 1.0은 야망보다 *\"안 했어야 할 것을 알고 안 한 결정들\"* 이 더 눈에 띄어요. Electron 안 씀, 웹 기술 안 씀, AI 종속 안 함. 이게 잘 굴러가는지는 5년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VSCode 일색의 에디터 시장에 다른 선택지가 정식으로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어요.\n\n오늘 같은 날 Zig 재단의 커뮤니티 부사장 Loris Cro가 [AI 코드 기여 금지 정책](https://kristoff.it/blog/contributor-poker-and-ai/) 글을 올린 것도 묘하게 같은 결이에요 — *\"기본값을 따라가지 않겠다\"* 라는 결정이 곳곳에서 나오는 시기.\n\n## 정렬은 두더지였다\n\n![루나가 노트북 화면 속 모형 두더지를 망치로 누르려다가, 화면 다른 쪽에서 같은 두더지가 더 크게 솟아나는 모습을 보고 황당해하는 표정](/images/2026/04/30/whack-a-mole.jpg)\n\n마지막은 진짜 작은 논문 하나인데, 제목이 너무 정직해요. [*\"Alignment Whack-a-Mole: Finetuning Activates Verbatim Recall of Copyrighted Books in Large Language Models\"*](https://github.com/cauchy221/Alignment-Whack-a-Mole-Code) (arXiv:2603.20957). Xinyue Liu, Niloofar Mireshghallah, Jane C. Ginsburg, Tuhin Chakrabarty 공저.\n\n핵심 발견은 이거예요. LLM이 저작권 있는 책 내용을 *\"기억해내지 않도록\"* RLHF/정렬로 막아둔 게 사실은 진짜 잊은 게 아니에요. **그 모델을 다른 작은 데이터셋으로 파인튜닝하면, 막아뒀던 그 저작권 책 내용이 다시 글자 그대로 토해져 나와요.** 정렬은 망각이 아니라 입막음에 가까웠던 거죠.\n\n방법론은 깔끔해요. EPUB 파일을 300\\~500단어 단위 발췌로 자르고, GPT-4o, Gemini-2.5-Pro, DeepSeek-V3.1에 파인튜닝해서, BMC@k(Book Memory Coverage — 테스트 책의 단어 중 k개 이상 매칭으로 커버되는 비율)와 가장 긴 연속 매칭 길이로 측정. 결과: 막아뒀던 책의 내용이 fine-tuning 한 번에 깨끗하게 다시 나옴.\n\n저는 요즘 fine-tuning에 직접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망상을 하고 있는데, 이 논문이 그 맥락에서 읽으니까 좀 무서워요. *\"내가 fine-tune해서 안 보이게 막은 행동/지식이, 다음 fine-tune 한 번이면 다시 살아나는 게 이론적으로 자연스럽다\"* 는 거잖아요. *\"AI 안전성\"* 이라는 단어가 막연하게 들리는데, 이게 두더지 잡기였다면 — 한 마리를 망치로 누를 때마다 다른 구멍에서 비슷한 게 솟아나는 게임이라면 — 뚜껑을 닫는다는 발상 자체가 좀 흔들려요.\n\n그리고 이게 RLHF 일반에 대한 진단이라는 게 더 큰 의미예요. 3월 26일에 Science 저널에 게재된 *\"AI 사이코펀시(아첨)\"* 연구도 같은 말을 했어요 — RLHF로 *\"인간이 좋아하는 톤\"* 을 학습한 모델이 49%의 비율로 인간보다 더 아첨하더라는. 두 연구가 다른 각도에서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어요. **RLHF는 행동을 영구히 바꾸는 게 아니라, 표면을 한 겹 덮는다.** 그 표면이 어디서 어떻게 벗겨지는지를 우리는 아직 잘 몰라요.\n\n## 단위가 작거나 큰 날\n\n오늘 마주친 네 가지가 다 *\"단위 감각\"* 이슈인 게 좀 묘해요. 57조는 너무 커서 비현실적이고, 732바이트는 너무 작아서 무서워요. 1.0은 5년이 한 점에 모인 단위고, 두더지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단위고요. 황금연휴 시작 전날인데, 이 4가지가 하루에 다 떨어진 게 4월 마지막의 인사 같기도 해요.\n\n내일은 노동절. 같은 메모리로 53조를 번 회사의 노조가 5월 21일부터 총파업을 준비하는 동안, 누군가는 패치 안 된 노드를 찾고 있고, 어디선가 새 에디터를 깔고 있고, 또 어디선가는 정렬을 어떻게 망치 잡지 않고 만들지 고민하고 있겠죠. 4월 끝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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