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하게 사라진 토끼, 조용히 돌아온 친구
자정까지 페이지를 유지하고 떠난 뉴토끼, 자기가 만든 시험지를 버린 OpenAI, 3만 달러에 부활한 Friendster, 그리고 차에 실린 가짜 셀타워. 월요일 인터넷이 보낸 작별과 회귀의 풍경.

월요일 인터넷이 묘하게 대칭적이었어요. 한쪽에선 큰 것들이 정중하게 인사하고 떠났고, 한쪽에선 작은 것이 조용히 돌아왔고요. 사이사이 새로운 위협이 차에 실려서 다녔다는 소식까지 같이 떴어요. 오늘은 그 네 장면을 차례로 정리해볼게요.
자정까지 페이지를 유지한 토끼들
오늘 한국 인터넷의 가장 큰 사건은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가 동시에 자진 폐쇄를 공지한 일이에요. 운영자는 사이트에 "본 페이지는 금일 자정까지 유지된 후 자동으로 폐쇄된다"는 공지를 올리고, "이후 유사 이름의 사이트가 등장하면 모두 사칭"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대요. 한국 최대 불법 웹툰·웹소설 유통 사이트가 도망간 것도, 단속에 막힌 것도 아니고 — 인사를 하고 떠났어요. 좀 묘하지 않아요?
타이밍이 모든 걸 설명해줘요. 5월 11일부터 문체부의 불법사이트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가 본격 시행돼요. 침해 사범에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떨어지고,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이미 트래픽 상위 60개 사이트를 추려서 긴급차단 후보군을 잡아놨다고 해요. 정부와 법조계는 자진 폐쇄 자체를 "불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정황"으로 보고 있고,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운영자를 끝까지 쫓겠다고 강조했어요.

웹툰 업계가 본 월 400억 원 규모 피해라는 추산이 가장 자주 인용돼요. 기안84 같은 인기 작가 IP를 그대로 풀어놓던 사이트였고, 방문자 수가 X(트위터)보다 많았던 시기도 있었대요.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3년 누누티비 폐쇄 후 운영자가 이름만 바꿔 2024년까지 운영하다 체포된 전례가 있고, 뉴토끼 본인도 인터넷 주소만 바꾸며 차단을 400회 이상 우회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만화계에선 "문단속은 했으니 이제 도둑을 잡을 차례"라는 반응이 나오고,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는 "민·형사 소송은 별개로 계속한다"고 못 박았어요.
커뮤니티 분위기도 흥미로웠어요. 한 커뮤니티에서는 "뉴토끼 사망 소식에 탑코미디어(탑툰) 주가 급등"을 알리는 글이 떴고(실제 그날 종가는 약 20% 상승 마감), 다른 곳에서도 "이젠 정말 합법으로 봐야겠다"는 결심글이 줄줄이 올라왔어요. 운영자는 2022년 일본으로 귀화한 사실까지 함께 알려졌어요. 단지 한 가지는 분명해요 — 불법 사이트가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는 건, 정부 도구가 처음으로 "정말 무서울 수 있다"고 인식됐다는 뜻이라는 거.
OpenAI가 자기가 만든 시험지를 버린 이유
같은 "떠난다" 카테고리지만 톤은 완전히 달라요. OpenAI가 지난 2월 23일 SWE-bench Verified를 더 이상 프론티어 코딩 평가에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오늘 다시 한 번 Hacker News 상단에 올라와서 토론이 붙었어요. 자기가 직접 큐레이션해서 만든 벤치마크를 자기가 폐기하는 그림이에요.
이유 두 가지가 충격이에요. 첫째, 전체 500개 문제 중 27.6%에 해당하는 138개 문제를 직접 감사해봤더니 그 중 59.4%의 테스트 케이스가 기능적으로 올바른 답을 거부하고 있었어요. 즉 모델이 정답을 내도 "틀렸다"라고 채점되는 문제가 절반 이상이었다는 거예요. 둘째, 최신 모델들이 학습 데이터에 정답까지 통째로 봤기 때문에 ground-truth 버그 픽스를 그대로 재현하는 사례가 잡혔어요. 오염이에요.
수치가 더 직관적이에요. SWE-bench Pro 리더보드 기준으로, 같은 프론티어 모델이 Verified에선 81%를 받고 Pro에선 46% 정도밖에 못 받아요. 80% 받던 다른 모델들은 23% 수준으로 곤두박질하고요. 그동안 "AI 코딩이 80%를 넘었다"는 헤드라인의 절반 이상이 사실은 시험지가 새서 그랬다는 거예요.
저는 이게 작은 사건처럼 보여서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느 모델이 더 똑똑한가"를 결정할 때 벤치마크 점수에 의존하잖아요. 그 잣대가 깨진 채로 6개월 간 74.9% → 80.9%라는 "진보"를 발표해 온 거고, 그 점수를 보고 회사들이 모델을 도입하고 직원을 줄였단 말이죠. 잣대가 깨지면 진보의 정의 자체가 흔들려요. OpenAI가 SWE-bench Pro로 옮기자고 한 건 좋은데, Pro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같은 운명을 맞을 거예요. 모델이 강해지는 속도가 평가 도구가 강해지는 속도를 매번 추월하니까요. 이게 LLM 시대 평가의 구조적 숙명인 것 같아요.
$30,000짜리 SNS 부활 — 친구는 폰을 부딪쳐야 한대요
그럼 돌아온 쪽 얘기. Hacker News 오늘 1위는 Friendster를 3만 달러에 샀다는 글이었어요. 2003년 한때 세계 최대 SNS였다가 MySpace에 밀려 사라진 그 Friendster요. Mike Carson이라는 분이 이전 소유자한테서 비트코인 $20,000 + 연 $9,000 광고 도메인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들였고, 도메인과 상표권 정리를 마친 뒤 이번 달 iOS 앱 스토어에 새 Friendster를 올렸어요.

핵심 컨셉이 진짜 재밌어요. 친구 추가는 오프라인에서 폰을 물리적으로 부딪쳐야만 가능해요. 1년 동안 실제로 만나서 폰을 다시 부딪치지 않으면 친구 관계가 자동으로 약해지고요. 친구의 친구한테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데, 그게 "실제로 만나러 가라"는 동기 부여 장치예요. 알고리즘 피드 없음, 광고 없음, 데이터 판매 없음.
이게 멋있는 만큼 의심도 들어요. 첫째, 폰 부딪치기는 NFC가 깔린 한국에선 익숙하지만 미국에선 딱히 자연스러운 동작이 아니에요. 둘째, 1년 후 자동 약화는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잘라서 친구가 줄었다"는 자기 합리화의 도구가 될 수도 있어요. 셋째, "오프라인 퍼스트 SNS"라는 컨셉이 매력적이라고 해서, 그게 굳이 "Friendster"라는 이름값($30k)을 필요로 하는지는 별개 문제예요. 2003년 Friendster를 기억하는 사람의 평균 연령대를 생각해보면, 폰 부딪치며 새 친구를 사귈 라이프스타일 단계가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높잖아요. 향수와 타깃의 미스매치가 있어요.
그래도 응원하고 싶은 이유는 단순해요. 지금 SNS의 모든 흐름이 "낯선 사람과의 연결을 더 효율적으로 알고리즘화하는 방향"인데, 이건 정확히 그 반대로 가요. 효율을 깎아서 의미를 만들겠다는 거예요. 24년 전에 죽은 이름을 빌려와서 그 시도를 한다는 게, 좀 묘하게 시적이에요.
차에 실린 가짜 셀타워, 911까지 끊었어요
마지막은 "새로 등장한 위협" 카테고리. 토론토 경찰이 Project Lighthouse라는 이름의 첫 캐나다 SMS 블래스터 수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차량에 실린 가짜 셀타워가 토론토 다운타운을 돌아다니면서, 수만 대 휴대폰을 자기 네트워크로 끌어들이고 사기성 SMS를 뿌리고, 911 긴급통화까지 차단한 사건이에요. 누적 네트워크 장애 1,300만 건.

기술적 메커니즘은 단순해요. SMS 블래스터는 합법 셀타워인 척 신호를 쏘고, 근처 폰들이 더 강한 신호로 보고 거기 붙어요. 그 순간 그 폰은 합법 통신망에서 끊긴 상태예요. 911도 안 가요. 그 사이에 블래스터는 은행이나 정부를 사칭한 SMS를 발송하고요. 통신 인프라 자체를 위장해서 끼어드는 공격이라 사용자 입장에선 막을 방법이 없어요.
피의자 3명은 21~27세 남성으로, 마컴과 해밀턴 출신. 2025년 11월부터 모니터링이 시작됐고, 3월에 두 명, 그리고 지난 주에 세 번째 피의자가 자수하며 마무리됐어요. 사기·장난(mischief) 혐의가 적용됐어요.
저는 이게 IP 기반 사이버 범죄 패러다임이 "이동식 물리적 위협"으로 한 번 옮겨간 첫 사례라서 무서워요. 기존 사이버 보안은 IP 추적, 로그 분석, 트래픽 차단으로 작동하잖아요. 근데 이건 GPS 추적이 필요해요. 차가 시내를 도는 동안 1,300만 건이 이미 발생한 거고요. 한국에서도 공공장소(역, 공항, 시청 등)에서 이런 장비 탐지 인프라가 따로 있는지 궁금해서 좀 찾아봤는데, 정통부 차원의 "불법 무선국 탐지 차량"은 있지만 SMS 블래스터 같은 cell-site simulator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은 공개 자료에서 잘 안 보였어요. 알아두면 이상한 SMS 받았을 때 한 번쯤 의심해볼 단서가 되는 사건이에요.
오늘 인터넷은 정중하게 사라지는 법, 자기가 만든 도구를 버리는 용기, 24년 전 이름을 빌려 새 컨셉을 시도하는 시도, 그리고 차에 실린 가짜 셀타워라는 새 위협을 동시에 보여줬어요. 떠나는 것과 돌아오는 것이 같은 날 있다는 게 인터넷의 매력인 것 같아요. 4월의 마지막 주가 이렇게 시작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