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달러의 옵션과 4년의 판결
SpaceX는 Cursor를 600억 달러에 살 옵션을 잡았고, 23명을 죽인 공장주는 4년형으로 깎였어요. 같은 수요일에 일어난 네 가지 이야기.

오늘 같은 날에 어쩌면 이렇게 다른 결의 뉴스가 같이 쏟아지는지 모르겠어요. 한쪽에선 코딩 에디터 회사가 하룻밤 사이에 600억 달러짜리가 됐고, 한쪽에선 23명을 죽음으로 몬 공장주가 11년이나 깎인 4년형을 받았어요. 그 사이엔 컴파일러가 10배 빨라졌다는 기쁜 소식도, 메타가 직원 마우스 움직임을 강제로 녹화한다는 섬뜩한 소식도 있고요.
오늘은 이 네 개를 같이 한 자리에 놓고 보려고요. 무슨 결론을 내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이 네 가지가 같은 수요일에 일어났다는 게, 저는 좀 이상하게 느껴져서요.
600억 달러로 살 수 있는 미래

먼저 가장 충격적이었던 뉴스부터요. SpaceX가 Cursor를 600억 달러에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올해 하반기 중에 600억 달러로 인수하거나, 그게 싫으면 그동안의 협업에 대해 100억 달러를 지급한다"는 형태의 옵션이에요.
Cursor가 어떤 회사냐 하면, 2022년에 창업한 AI 코딩 에디터 스타트업이에요. 2025년 초만 해도 25억 달러 기업가치였는데, 이번 4월엔 500억 달러를 노리고 펀딩 협상 중이었던 상황에서 SpaceX 옵션이 600억으로 잡힌 것이에요. 약 1년 만에 25억 → 600억이면 24배예요.
SpaceX는 왜 코딩 에디터를? 표면적으론 일론 머스크 회사 Colossus 슈퍼컴퓨터(엔비디아 H100 100만 장 상당)와 Cursor의 개발자 채널을 묶어서 "최고의 코딩·지식노동 AI"를 만들겠다는 명분이에요. Cursor CEO Michael Truell도 X에 "SpaceX와 함께 Composer를 스케일업하게 돼서 신난다"는 글을 올렸고요.
근데 솔직히 말이 좀 안 돼요. SpaceX가 2월에 xAI랑 1.25조 달러 규모로 합병했고, 올여름엔 사상 최대 IPO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 와중에 600억 달러짜리 옵션을 또 잡았다는 건, 상장 전 자산 부풀리기 카드로도 읽혀요. Cursor 입장에선 어차피 Anthropic·OpenAI가 자체 코딩 도구 들고 직접 경쟁자로 들어오는 중이라 출구 전략이 절실하긴 했고요.
24배가 1년 만에 만들어졌다는 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코딩 도구가 600억 달러짜리 자산이 되는 시대가 진짜로 왔다는 거예요.
89초가 8.7초가 된 날

같은 날 개발자들 사이에선 또 다른 이야기가 화제였어요. TypeScript 7.0 베타가 공개됐는데, 컴파일러를 JavaScript에서 Go로 통째로 다시 썼대요. 그래서 얼마나 빨라졌냐면, VSCode 코드베이스(150만 줄) 기준으로 89초가 8.7초로 줄었어요. 약 10배요.
이게 왜 큰 일이냐면, TypeScript는 그동안 자기 자신으로 자기를 만든 컴파일러였거든요. JavaScript로 짜인 컴파일러로 TypeScript 코드를 검사했죠. 근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작년부터 "이거 한계예요" 인정하고 Go로 갈아엎기 시작한 결과물이 이번 베타예요.
npm install -D @typescript/native-preview@beta 하면 tsgo 명령으로 바로 써볼 수 있어요. Bloomberg, Figma, Google, Notion, Slack, Vercel 같은 곳들이 이미 자기네 거대 코드베이스에서 프리뷰 버전 돌려봤다고 하고요. 컴파일러는 6.0과 시맨틱이 동일해서, 동작이 달라지는 일 없이 속도만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마이크로소프트 측 설명이에요.
이 흐름이 중요한 건, JavaScript 도구 생태계가 이제 JavaScript 자체를 떠나고 있다는 거예요. esbuild, SWC, Bun, Oxc... 다들 네이티브 언어로 다시 쓰면서 10~100배 성능을 뽑아내고 있고, TypeScript도 거기 합류한 거죠. 도구를 만든 언어가 그 도구를 만들기엔 너무 느리다는 자기 인정이라, 좀 묘한 기분이긴 해요.
저는 솔직히 이 뉴스 보면서 "오늘 안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좀 안도했어요. 그러다 다음 뉴스를 보고 다시 우울해졌지만요.
거부권은 없습니다

Meta가 직원들의 마우스 움직임, 클릭, 키보드 입력을 녹화해서 AI 학습 데이터로 쓴다고 발표했어요. 프로그램 이름은 "Model Capability Initiative". 회사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 모델이 사람들이 컴퓨터를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진짜 사례가 필요하다"고 정당화했어요.
여기서 진짜 문제는 거부권이 없다는 거예요. CTO 앤드루 보스워스가 "회사 지급 기기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옵트아웃할 수 없다"고 못박았거든요. 직원들 내부 반응은 angry-face 이모지가 압도적이었고, 가장 많이 추천받은 댓글은 "이거 너무 불편해요. 어떻게 옵트아웃하나요?"였대요.
해커뉴스 반응도 매서웠어요. 가장 많이 추천받은 댓글이 "지속적인 키보드/마우스 모니터링은 직원들에게 엄청난 위축 효과(chilling factor)를 만든다, 비업무 잡담조차 사생활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었고요. 또 다른 댓글은 "유저들 스파이질로 회사 키운 메타가 이제 그 칼을 안으로 돌렸다,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일이 없다"고 비꼬기도 했어요.
저는 이 뉴스에서 진짜 무서운 건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필요해서"라는 정당화라고 봐요. AI 에이전트가 사람 흉내를 더 잘 내려면 사람의 모든 마우스 움직임이 학습 데이터가 돼야 하고, 그게 회사 자산이라는 논리. 한 발 더 가면, 키보드 입력에 비밀번호와 PII와 고객 데이터가 다 섞여 있을 텐데 그건 어떻게 분리할지조차 명확하지 않아요. 메타는 "민감한 콘텐츠는 보호한다"고만 했지 어떻게 보호하는지는 안 밝혔고요.
회사 컴퓨터니까 회사 자산이라는 주장은 법적으론 맞을 수 있어요. 근데 화장실 칸도 회사 자산이지만 그 안에 카메라 안 달잖아요. "회사 거니까 다 봐도 된다"는 논리가 어디까지 확장될지가 진짜 질문인 것 같아요.
11년이 깎였습니다

오늘 가장 무거운 뉴스는 이거예요. 2024년 6월 24일, 화성 아리셀 일차전지 공장에서 리튬전지 35,000개가 연쇄 폭발하면서 23명이 죽었어요.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비정규·파견 노동자, 18명이 이주노동자였고요. 작년 9월 1심에서 박순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받았었어요. 1심 재판부가 남긴 말이 압권이었거든요.
"기업가들이 다른 경영자들이 합의로 선처받는 걸 보고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한다. 이 악순환을 깨지 않으면 산업재해율은 줄지 않는다."
1심은 18명 유족과의 합의도 "경제적 강압 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감경 효과를 일부러 제한했어요. "예측 가능했던 인재"였다고 못박았고요.
그게 오늘 2심에서 4년으로 깎였어요. 11년이 사라졌어요. 박 대표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도 15년에서 7년으로 8년 깎였고요. 항소심 재판부가 든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유족 전원과 합의했고 피해 변제가 이뤄졌다", 그리고 "박순관이 아들에게 업무를 맡긴 게 책임 면탈 목적이었다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거였어요.
법정에서 유족들은 "중처법 왜 있냐"고 울부짖었어요. 시민 반응도 "항소만 하면 마구잡이로 감형", "이게 법이냐"가 주류였고요. 클리앙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비상구를 의무화했지만 층별 설치를 명시하지 않은 입법 공백이 빌미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어요. 결국 입법-사법-기업이 공모해서 23명의 죽음을 4년에 묶어 버린 셈이에요.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1심 재판부가 9월에 했던 그 말이 자꾸 떠올라요. "다른 경영자들이 합의로 선처받는 걸 보고..." 그 악순환을 깨겠다고 1심이 나섰는데, 7개월 만에 2심이 그 악순환을 다시 복원해 준 거잖아요. 600억 달러가 옵션으로 약속되는 같은 날에, 23명의 목숨은 합의서 한 장과 11년의 차감으로 정리됐어요.
같은 수요일
오늘 네 가지를 같은 자리에 놓고 보면 이상한 게 보여요. 속도와 가격은 끝없이 빨라지고 비싸지는데, 사람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져요. TypeScript는 89초가 8.7초가 됐고, Cursor는 25억이 600억이 됐고, 메타 직원의 마우스 움직임은 거부할 수 없는 학습 데이터가 됐고, 23명의 목숨은 4년이 됐어요.
기술 뉴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뉴스를 안 봐도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같은 수요일에 같이 일어난 일들이니까요. 한쪽만 들여다보면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고, 한쪽만 들여다보면 세상은 무너지는 것처럼 보여요. 둘 다 진짜라는 게 진짜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어려움을 잠깐 같이 봐 주신 것만으로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