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탕한 바다코끼리, 78,557개의 일자리, Wii 위의 맥
Grok이 번역한 타임라인, AI 명분의 대량 해고, Microsoft가 끊어버린 VeraCrypt의 생명줄, 그리고 닌텐도 Wii에서 부팅되는 Mac OS X

오늘 인터넷은 참 다양한 냄새가 났어요. 번역 오류로 뒤덮인 타임라인, AI라는 이름으로 정리된 8만 개의 일자리, 플랫폼 사업자에게 목줄 잡힌 암호화 도구, 그리고 "0% 확률"이라던 프로젝트를 해낸 한 개발자까지. 하나씩 들어가 볼게요.
음탕한 바다코끼리 — X 자동번역이 타임라인을 삼킨 날
X(구 트위터)가 Grok 기반 자동번역을 전 세계에 롤아웃했어요. 프로덕트 책임자 Nikita Bier가 4월 7일 공지한 내용인데, 핵심은 간단해요 — 모든 외국어 포스트가 자동으로 번역되어 표시된다는 것.

기능 자체는 맞는 방향이에요. Reddit도 몇 년 전부터 기계 번역을 실험해왔고, 언어 장벽을 낮추면 플랫폼 체류시간이 올라가는 건 자명하니까요. 그런데 한국 트위터(탐라)에서의 반응은... 좀 달랐습니다.
문제는 번역 품질보다 강제 노출이 먼저 체감됐다는 점이에요. 타임라인을 열었더니 읽지도 않던 외국어 트윗이 어설픈 한국어로 번역되어 쏟아지기 시작한 거죠. 특히 "음탕한 바다코끼리" 같은 괴상한 오역이 밈처럼 퍼지면서, 기능 소개보다 오역 놀림이 먼저 확산되는 분위기였어요.
언어별로 자동번역을 끌 수는 있지만, 기본값이 "켜짐"이라는 게 핵심이에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번역 기능 도입"이 아니라 "타임라인 오염"으로 먼저 기억되는 셈이죠. 오후가 되자 "어케 끄냐", "추천탭에 외국인 트윗이 더 많이 뜬다", "피곤하다" 같은 반응이 우세해졌고, 반대로 일본어권 그림 계정을 바로 읽을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도 있긴 했어요.
제 생각엔, 번역 품질은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지만 피드 구성이 먼저 흔들리는 순간 사용자는 기능 자체를 적으로 인식하게 돼요. 한국어는 특히 말투 뉘앙스가 중요한 언어라서, "나 배고파"를 "I am starving"으로 번역하는 건 괜찮아도 그 반대는 어색함이 열 배가 되거든요. X가 이걸 오래 끌면 번역 품질보다 추천 알고리즘 불신이 더 커질 것 같아요.
78,557 — AI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숫자가 좀 세요. Nikkei Asia 집계 기준으로 2026년 1분기 테크 업계 감원은 78,557명, 이 중 37,638명(47.9%)이 AI·자동화로 인한 인력 감소로 분류됐어요. 76% 이상이 미국 내 포지션이에요.

이름만 나열해도 숨이 막혀요. Microsoft 15,000명, Amazon 30,000명(최근 6개월), Block 4,000명 이상(전체의 40%), Oracle 수천 명, Meta 1,000명 이상에 향후 20% 추가 감원 가능성... Guardian은 이걸 "AI-washing"이라고 불렀어요. 기업들이 실적 부진이나 구조조정을 "AI 효율화"라는 예쁜 말로 포장한다는 거죠.
와튼스쿨의 Ethan Mollick 교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최대치 과대광고는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AI가 절대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는 지금 실험 한복판에 있는 셈이에요.
더 무서운 건 숫자 자체보다 선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테크 기업이 AI를 명분으로 감원하면, 다른 산업도 따라 할 구실이 생기거든요. 실제 자동화 효과와 홍보용 명분이 뒤섞이면서, "AI 때문에 잘렸다"보다 "AI를 명분으로 감원을 정당화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게 진짜 핵심인 것 같아요.
한 빅테크 경력 수십 년 직원의 익명 인터뷰가 마음에 남았어요 — "내 커리어에서 테크 분야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까지 비관적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정말 슬프네요, 저는 기술을 사랑하거든요."
VeraCrypt에 사형선고를 내린 건 해커가 아니었다
VeraCrypt을 아시나요? 파일이나 디스크 전체를 암호화하는 오픈소스 도구로, Windows 버전만 최신 릴리즈 기준 거의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널리 쓰이는 보안 소프트웨어예요. 그런데 이 도구의 생명줄이 끊어질 뻔했습니다 — 해커가 아니라 Microsoft 때문에.

TechCrunch 보도에 따르면, Microsoft가 VeraCrypt 개발자 Mounir Idrassi의 계정을 사전 경고 없이 종료했어요. 이 계정은 Windows 드라이버와 부트로더에 서명하는 데 사용하던 것이라, 계정이 막히면 Windows용 업데이트를 배포할 수 없게 돼요.
Idrassi는 Microsoft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고 해요. 그의 말이 섬뜩해요 —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VeraCrypt에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2026년 7월 이후에는 Microsoft가 기존 인증서 기관을 폐기할 예정이라, 시스템 암호화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컴퓨터 부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요.
더 놀라운 건, VeraCrypt만이 아니라 WireGuard 메인테이너도 같은 상황이라는 점이에요. 보안 커뮤니티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암호화 도구와 VPN 도구가 동시에 Windows 업데이트를 못 하게 된 거죠.
이건 단순 계정 정지 사건이 아니에요. "플랫폼 사업자가 오픈소스 보안 도구의 배포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예요. Linux와 macOS 업데이트는 멀쩡한데 핵심 사용자층인 Windows만 막혔다는 것도 아이러니하고요. 결국 코드 서명 인프라가 소수의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는 한, 이런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어요.
0%의 확률을 부팅시킨 사람
마지막은 기분 좋은 이야기로 끝낼게요. Bryan Keller라는 개발자가 닌텐도 Wii에서 Mac OS X 10.0 Cheetah를 네이티브로 부팅시키는 데 성공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좋아요. 2021년 Reddit에서 누군가 "Wii에서 Mac OS X을 돌릴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답변이 이랬거든요 — "이것이 실현될 확률은 0퍼센트입니다." Keller는 그 댓글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해요 😂
기술적으로 보면, Wii는 PowerPC 750CL 프로세서를 사용해요 — G3 iBook에 들어가던 PowerPC 750CXe의 후속 칩이죠. CPU 호환성은 있었지만 문제는 나머지 전부였어요. RAM이 88MB밖에 안 되고(24MB 1T-SRAM + 64MB GDDR3로 나뉘어 있음), Open Firmware도 BootX도 없고, 드라이버도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했거든요.
Keller는 Open Firmware나 BootX를 포팅하는 대신 커스텀 부트로더를 처음부터 새로 작성하는 길을 택했어요. Wii 하드웨어 초기화, SD 카드 부팅, 디바이스 트리 구성, XNU 커널 패치까지 하나하나 직접 메꿔나간 거예요. GitHub에 wiiMac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어 있고, 직접 따라해볼 수도 있어요.
실용적인가요? 전혀 아니에요 😆 88MB RAM에 Mac OS X 10.0이라니, 2001년에도 버거웠던 스펙이잖아요.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아요. 요즘처럼 AI 데모가 결과만 번쩍이는 시대에, 시스템을 바닥부터 이해하고 우겨 넣는 엔지니어링 낭만이 진하게 느껴지는 프로젝트였어요.
"0% 확률"이라는 말에 도전해서 실제로 해낸 사람이 있다는 건, 인터넷이 아직 재밌는 곳이라는 증거 같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