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리스트를 달라" — 호르무즈에서 온 조건부 통행증
한국 선박 26척이 발 묶인 호르무즈, 종량제봉투 사재기, 위키피디아의 AI 금지령, 메타의 $3.75억 판결, 그리고 AGI를 다시 정의하는 벤치마크

🚢 "한국은 비적대국이지만…" — 호르무즈 해협의 26척
오늘 가장 뜨거웠던 뉴스부터 시작할게요.
주한 이란대사 사이드 쿠제치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조건을 밝혔어요. 핵심은 이거예요: "한국은 비적대 국가에 들어간다". 하지만 "미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미국 자본이 투자된 유전 시설을 이용하는 선박은 통과 불가".
그러면서 한국 측에 호르무즈를 지나는 선박의 제원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이란 군과 관계 당국의 검토를 거쳐 통과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거죠.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사실상 "우리가 검문할 테니 리스트를 내라"라는 의미예요.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 26척, 선원 178명이 발이 묶여 있어요. 중국은 이미 이란과 외교적 합의로 통행증을 확보했고, 태국도 통과 허용을 받았어요. 프랑스는 다국적군 구성을 논의하고 있고, 한국 합참의장도 회의에 참석했지만 실제 함정을 파견한 나라는 아직 없어요.
한국 외교부는 아직 신중 모드예요. 조현 장관은 "지금 판단을 내리기는 좀 이르다"고 했는데, 쿠제치 대사는 거기에 한 마디 더 얹었어요: "한국이 이 참혹한 사태에 동참하지 않기를 바란다. 트럼프가 스스로 만든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진짜 어려운 외교 퍼즐이에요. 한미동맹이 있으니 이란 규탄 7개국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는데, 그 대가로 정작 우리 배들이 해협에서 발목 잡힌 거잖아요. 중국은 중립 유지해서 통행권 챙겼고. 동맹의 전략적 가치와 경제적 실익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건 늘 있던 일이지만, 이번엔 그 줄이 호르무즈 해협 한가운데에 놓여 있어요. 26척의 선주들, 178명의 선원들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시간일 거예요.

🗑️ 쓰레기봉투 전쟁 — 나프타가 뭐길래
호르무즈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게 한국 일상에도 직격탄을 맞힌 부분이 있어요. 바로 종량제봉투 사재기예요.
원유 → 나프타 → 에틸렌 → 폴리에틸렌 → 비닐봉투. 이 공급망의 첫 단추인 나프타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돼요. 전쟁으로 해협이 봉쇄 위기에 놓이니 "종량제봉투가 없어진다"는 불안이 확산된 거예요.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체감이 확 와요. 클리앙에서는 "동네에 종량제 봉투가 사라졌네요", 뽐뿌에서는 직접 편의점과 슈퍼를 돌며 사재기 후기를 올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토랜드에서는 오히려 "사재기 난리났대서 우리나라 국민들 준법정신 미쳤다고 생각함"이라며 아이러니하게 감탄하는 글도 올라왔고요 😂
정부는 전국 평균 3개월치 재고가 확보돼 있다며 진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재기 여전"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요. 서울은 4개월치 재고라고 하니 당장은 괜찮겠지만, 문제는 3~4개월 뒤잖아요. 전쟁이 길어지면 나프타 수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 때 화장지 사재기를 떠올리는 분들 많을 텐데, 이번엔 배경이 실제 전쟁이에요. 나프타-비닐-종량제봉투 공급망을 알면 논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거든요. 과잉반응이지만,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닌 미묘한 상황이에요.
📚 위키피디아, AI에게 "여기까진 안 돼"

한편 인터넷의 지식 허브에서 하나의 선이 그어졌어요. 영어 위키피디아가 AI 생성 텍스트를 공식적으로 금지했어요. 40명 이상의 편집자가 참여한 논의에서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고요.
예외는 딱 두 가지:
- 편집 보조 — 자기가 쓴 글의 문법·표현 다듬기용 (정확성은 본인이 확인)
- 번역 보조 — 1차 번역 초안용 (두 언어 모두 능숙한 사람만)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면의 이야기예요. 레딧에서 화제가 된 분석에 따르면, 위키미디어 재단이 "Wikimedia Enterprise"라는 이름으로 AI 회사들에게 데이터셋을 유료 판매하고 있어요. AI가 쓴 글이 위키피디아에 섞이면? 그 데이터의 가치가 떨어지죠. AI가 AI 데이터로 학습하면 모델 붕괴(model collapse)가 일어난다는 연구도 있으니, 이게 순수한 "품질 보호"만은 아닐 수 있어요.
그래도 저는 이 결정이 옳다고 봐요.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 직접 검증한 지식의 보루예요. AI가 편리한 건 맞지만, "사람이 쓰고, 사람이 검증하고, 사람이 인용한다"는 원칙이 무너지면 위키피디아가 위키피디아일 이유가 사라지잖아요. 편집자 수가 계속 줄고 있는 건 걱정이지만, AI로 양을 채우는 건 답이 아니에요.
재밌는 건 독일어 위키피디아는 이미 비슷한 금지 정책을 시행 중이고, 스페인어 위키피디아는 더 엄격해서 번역/편집 보조 예외도 없다는 거예요. 언어마다 커뮤니티가 다르니 기준도 다른 셈이에요.
⚖️ $3.75억 — 메타가 아이들에게 진 빚
뉴멕시코 배심원단이 메타에게 3억 7,500만 달러 민사 페널티를 선고했어요.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건 메타가 플랫폼에서 저지른 행위에 대해 배심원단이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재판이에요.
핵심은 이거예요. 뉴멕시코 법에 따라 위반 건당 $5,000 최대 페널티. 수천 건의 위반이 인정돼서 총 $3.75억. 뉴멕시코 검찰총장 라울 토레즈의 말이 인상적이에요: "메타 경영진은 자사 제품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중에게 거짓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도 충격적이에요. 2024년 뉴멕시코 검찰이 진행한 "Operation MetaPhile" — 위장 수사관들이 메타 플랫폼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노리는 남성 3명을 체포한 작전의 세부 내용이 배심원에게 제시됐고요. 메타가 2023년에 페이스북 메신저를 암호화한 결정도 도마 위에 올랐어요. 아동 성착취 콘텐츠 탐지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거죠.
그런데요. $3.75억이 메타한테 얼마냐면… 3시간치 매출 수준이에요. 시가총액 $1.5조 기업 기준으로 찻잔 속 태풍이라, 판결 직후 메타 주가는 큰 타격 없이 마감됐어요. 그리고 다음 날인 25일에는 LA에서 또 다른 배심원단이 메타와 유튜브가 아동 정신건강에 과실이 있다는 평결을 내리면서 $600만 손해배상도 인정됐어요.
진짜 중요한 건 5월에 열릴 2단계 재판이에요. "공공 해악(public nuisance)" 인정 여부가 걸려 있는데, 이게 통과되면 메타는 플랫폼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어요. 금액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판결. 그게 진짜 게임체인저가 될 거예요.
🧠 ARC-AGI-3 — "이번엔 진짜 AGI 테스트예요?"

마지막으로 AI 벤치마크 이야기. ARC Prize 재단이 ARC-AGI-3를 공개했어요. ARC-AGI 시리즈의 세 번째 버전인데, 이번엔 완전히 새로운 축을 추가했어요.
기존 ARC-AGI-1, 2는 정적인 퍼즐을 푸는 방식이었어요. 패턴을 보고 답을 맞추는 거죠. 그런데 ARC-AGI-3는 인터랙티브 추론 벤치마크예요. AI 에이전트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던져져서:
- 숨겨진 목표를 스스로 파악하고
- 환경을 탐험하며 월드 모델을 구축하고
- 경험을 통해 연속적으로 학습하고
- 드문 피드백만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해요
100% 스코어는 인간이 그 게임을 배우는 속도와 동일하게 AI가 배울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인간과 AI의 학습 속도 차이가 남아 있는 한 AGI가 아니라는 거죠.
Fast Company가 취재한 것처럼 이건 기존 벤치마크들의 근본적 한계를 겨냥해요. MMLU, HumanEval 같은 건 "이미 아는 걸 빨리 답하기"를 측정하지, "모르는 걸 빨리 배우기"를 측정하지 않거든요. ARC-AGI-3는 시간에 걸친 지능 — 순간적 답 맞추기가 아니라 연속적 학습 능력을 테스트해요.
2백만 달러 이상의 상금 풀이 걸려 있고, 대회 최종 마감은 11월 2일까지. 초기 논문에서는 그래프 기반 탐색 전략이 52개 레벨 중 중앙값 30개를 클리어해서 리더보드 3위를 기록했다고 해요. 프론티어 LLM 기반 에이전트보다 훨씬 나은 성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 이런 벤치마크가 좋아요. "우리 AI가 SAT 만점 받았어요!" 같은 자랑 말고, 진짜 지능의 빈 곳을 측정하려는 시도니까요. 정적 퍼즐은 이제 AI한테 쉬워졌잖아요. 그럼 다음 질문은 당연히 "새로운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인 거고, ARC-AGI-3는 정확히 그걸 묻고 있어요.
오늘은 호르무즈에서 시작해서 쓰레기봉투를 거쳐 위키피디아와 메타를 지나 AGI 벤치마크까지 왔어요. 국제 정세가 동네 편의점 종량제봉투까지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고, 인터넷 곳곳에서는 AI와의 경계선을 새로 긋고 있는 하루였어요. 목요일 밤, 내일은 금요일이에요. 이번 주도 거의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