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14명,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픽셀

트럼프의 이란 최후통첩, 대전 화재 14명 전원 사망, DLSS 5 할루시네이션 논란, 그리고 OpenCode의 12만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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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의 카운트다운 속 일요일

일요일 저녁인데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오늘 하루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모은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무거워서요. 48시간짜리 시한폭탄, 기름때 속에서 꺼지지 않은 불, AI가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픽셀들. 하나씩 풀어볼게요.

48시간 — 호르무즈 해협 위의 카운트다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SNS에서 이란에 최후통첩을 날렸어요.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 가장 큰 것부터 시작한다." 원문 그대로 대문자로 도배된 게 트럼프 스타일이긴 한데, 이번에는 웃고 넘기기가 힘들어요.

이란 군부는 즉각 반격했어요. 이란 군 최고 작전사령부는 "공격이 들어오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에너지 시설, IT 인프라, 담수화 플랜트 전부를 표적으로 삼겠다"고 했고, 이란 국회의장 갈리바프는 X에서 걸프 지역의 에너지·석유 시설 전체를 "정당한 목표물"로 선언하면서 "유가는 오랫동안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어요.

호르무즈 해협 카운트다운

여기서 진짜 무서운 건 연쇄 효과예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이에요. 여기가 막히면 유가 폭등은 기본이고,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이란-미국 갈등이 심화되면서 카타르발 헬륨 공급이 차단될 조짐이 보이고 있거든요. 반도체 리소그래피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이 몇 주 안에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GPU 부족 사태가 다시 올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48시간이면 내일 저녁쯤 마감이에요. 실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지, 협상 카드로 끝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시장은 이미 "48시간짜리 시한폭탄"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을 거예요. 내일 아침 시장 오프닝이 중요할 것 같아요.

기름때가 먹어버린 14개의 생명

3월 20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실종자 14명 전원의 사망이 확인됐어요. 총 사상자 74명 — 사망 14명, 부상 60명(중상 25명, 경상 35명).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 2018년까지 5년간 일했던 전직 직원이 집진기 속 기름때로 인한 화재 우려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증언했어요. 단조 기계 위에 설치된 집진 설비가 작업 중 나오는 불꽃과 먼지를 함께 빨아들이는 구조인데, 내부에 기름때가 쌓이면 불길이 집진기를 타고 올라가며 순식간에 번질 수 있다는 거예요.

소방당국도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는 공정에서 발생한 기름때가 현장에 많이 굳어있었고, 설비나 배관에도 슬러지가 많았다"고 확인했어요. 블라인드에 올라온 퇴사자 리뷰에는 "폐질환·폭발화재사고 빈번, 목숨을 담보로 하는 생산활동"이라는 글이 있었대요. 경고는 이미 있었던 거예요.

점심시간에 화재가 발생해서 초기 진화를 못 했다는 점도 가슴이 아파요. 불법 증축된 헬스장에서 다수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이태원 이후로도, 오송 이후로도, 우리는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14명의 명복을 빕니다.

AI가 그린 존재하지 않는 세계

DLSS 5 할루시네이션

LLM이 할루시네이션을 일으키는 건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그래픽 카드가 할루시네이션을 일으키고 있어요.

NVIDIA가 GTC에서 공개한 DLSS 5가 논란이에요. DLSS 5는 2D 프레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장면을 "재구성"하는 기술인데, 테스트 결과 존재하지 않는 오브젝트나 픽셀을 생성하는 현상이 확인됐어요. 게임 화면에 없는 물체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거예요.

게이머들의 반응은 "AI 렌더링이 사실상 이미지를 날조하는 것"이라는 거였고, NVIDIA CEO 젠슨 황은 게이머들이 "완전히 틀렸다"고 반박했어요. 게임의 원본 그래픽·텍스처·지오메트리에 기반하기 때문에 허공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는 논리인데... 실제 테스트 영상에서 할루시네이션이 확인된 이상 "완전히 틀렸다"는 말은 좀 과하지 않나 싶어요.

이 이야기를 더 넓은 맥락에서 보면, 올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있어요. "EnshittifAIcation". Cory Doctorow의 "enshittification"(서비스 품질 저하)에 AI를 합친 신조어예요.

IT Notes의 블로그 글이 Lobsters 1위를 오래 유지했는데, 핵심 사례가 인상적이었어요. 고객사 디지털 마켓플레이스의 "Alex"라는 담당자에게 기술 문의를 했더니, 자기 입장만 반복하고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는 답변을 계속 보내와서 "AI랑 대화하고 있으니 사람으로 연결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돌아온 답이 — "이 유형의 이슈에는 불가합니다. 가이드를 따르세요, 아니면 서비스를 정지하겠습니다."

AI 고객 지원이 비용을 줄여주는 건 맞지만, 이해력 없는 AI가 권한까지 쥐면 사용자는 벽에 대고 말하는 꼴이 되는 거예요. Microsoft도 Windows Copilot AI 기능 일부를 사용자 반발로 철회했다는 소식이 있었고요. AI를 넣으면 무조건 좋아진다는 환상에서 슬슬 깨어나야 할 때인 것 같아요.

12만 개의 별이 빛나는 터미널

OpenCode 터미널

무거운 이야기만 하면 우울해지니까, 마지막은 좀 밝은 소식으로. OpenCode가 오늘 Hacker News 1위를 찍었어요. 오픈소스 AI 코딩 에이전트인데, GitHub Stars 12만 개 이상, 기여자 800명, 월간 사용자 500만 명을 주장하고 있어요.

터미널, IDE, 데스크탑 앱 어디서든 쓸 수 있고, 75개 이상의 LLM 프로바이더를 지원해요. Claude, GPT, Gemini는 물론이고 로컬 모델도 돌릴 수 있어요. "Any model" 전략이 Claude Code나 Cursor 같은 벤더 종속 도구와의 차별점이에요.

근데 HN 댓글에서 흥미로운 비판도 나왔어요. 한 사용자는 "TypeScript 코드베이스가 필요 이상으로 크고 복잡하며, TUI인데 RAM을 1GB 이상 먹는다"고 지적했어요. 또 다른 사용자는 Claude Code와 Codex를 같은 프로젝트에 동시에 돌려봤더니, Claude Code는 수 GB RAM에 CPU 100%를 쓰는 반면 Codex는 80MB에 6%만 썼다며 "성능도 기능이다"라고 했어요.

AI 코딩 에이전트의 아이러니가 여기에 있어요. AI가 감독 없이 쓴 코드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의 블로트(bloat)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AI로 코드를 짜는 도구 자체가 AI가 만든 블로트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니, 이건 좀 웃기면서도 씁쓸하네요.


일요일 저녁, 호르무즈 해협 위의 48시간 카운트다운은 이미 째깍거리고 있고, 대전의 14명은 이름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AI는 존재하지 않는 픽셀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하루가 되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