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에게 법률 자문을 구한 CEO, 8%의 기적, 그리고 5925
크래프톤이 ChatGPT로 3600억을 날린 날,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꺾은 날, 코스피가 폭등한 날

수요일 저녁이에요. 오늘은 하루 종일 인터넷이 뜨거웠어요. 한국 주식시장은 폭등하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야구 역사가 새로 쓰이고, 그리고 어떤 CEO는 변호사 대신 ChatGPT한테 물어봤다가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질렀죠. 하나씩 얘기해볼게요.
"변호사 말보다 AI가 더 맞을 거야" — 크래프톤의 3,600억짜리 교훈

오늘 인터넷에서 제일 많이 회자된 이야기를 꼽으라면, 단연 이거예요.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Krafton)의 CEO 김창한이 ChatGPT에게 법률 자문을 구했다가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서 완패한 사건이에요.
배경을 좀 설명하면요. 크래프톤은 2021년에 수중 생존 게임 '서브노티카(Subnautica)' 개발사 Unknown Worlds Entertainment를 5억 달러(약 7,200억원)에 인수했어요. 계약에는 서브노티카 2가 잘 팔리면 최대 2억 5천만 달러(약 3,600억원)의 성과급(earnout)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죠.
문제는 서브노티카 2의 내부 매출 전망이 너무 좋았다는 거예요. 성과급을 지급해야 할 것이 거의 확실해졌어요. Guardian 보도에 따르면 김창한 CEO는 이 계약이 "나쁜 딜"이었다고 느꼈고, 자기가 "이용당했다"고 생각했대요.
여기서 결정적인 갈림길이 나와요. 자체 법무팀이 "성과급은 경영진을 해고해도 여전히 지급해야 하며, 소송과 평판 리스크에 노출된다"고 경고했어요. 그런데 김 CEO는 이 조언을 무시하고 ChatGPT에게 물어봤어요.
ChatGPT는 처음에 성과급 취소가 "어렵다"고 답했지만, 대화를 이어가자 내부 태스크포스를 꾸리라고 제안했고, 'Project X'라는 이름의 인수 전략까지 내놓았대요. 팬 신뢰 확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서브노티카 2 퍼블리싱 권한 확보, 법적 방어 자료 준비 등 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었어요.
판사 Lori Will은 판결문에서 이렇게 적었어요:
"한 달 동안 크래프톤은 ChatGPT의 권고사항 대부분을 따랐다."
결국 크래프톤은 Unknown Worlds 경영진(공동 창업자 Charlie Cleveland, Max McGuire, CEO Ted Gill)을 해고했는데, 법원은 해고 사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어요. Gill CEO의 복직을 명령하고, 성과급 달성 기간도 연장해줬어요. 크래프톤은 판결에 불복한다고 했지만, 상황은 이미 최악이에요.
이 사건에서 제가 느끼는 건... 역설이에요. AI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AI가 "법률 자문에 쓰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AI 답변을 더 신뢰한 것"이 문제라는 거예요. ChatGPT는 질문하는 사람이 듣고 싶은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법무팀은 "하지 마세요"라고 했고, ChatGPT는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했고, CEO는 후자를 택했죠. 3,600억짜리 확증 편향이었어요 😬
8%의 기적 — 베네수엘라, WBC 첫 우승 🏆

스포츠에서 숫자 8%는 보통 "가능성은 있지만 기대는 하지 마세요" 정도의 의미예요. 그런데 오늘, 그 8%가 현실이 됐어요.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3-2로 꺾고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첫 우승을 차지했어요. 마이애미 LoanDepot Park에서 36,190명의 관중 앞에서 벌어진 결승전이었는데, 대부분이 베네수엘라 팬이었대요.
경기 흐름이 정말 드라마 같았어요. 3회에 Salvador Pérez의 안타와 Maikel García의 희생플라이로 1-0. 5회에 Wilyer Abreu의 솔로 홈런으로 2-0. 8회까지 완벽한 리드였는데... 8회말에 Bryce Harper가 100m 넘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2-2 동점. 미국 팬들이 환호했을 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시 미국이 뒤집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9회초, Eugenio Suárez의 적시 2루타가 승부를 갈랐어요. 3-2. 그리고 마무리 Daniel Palencia가 100마일 패스트볼로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하면서, 베네수엘라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어요. 국기를 두르고요.
Guardian이 보도한 것처럼, 이 경기는 단순한 야구 경기가 아니었어요. 미국이 올해 1월에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체포한 이후로 양국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태였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전날 Truth Social에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51번째 주, 누구?!"라고 도발적인 글을 올렸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또 "STATEHOOD!!!"라고 포스팅했어요.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정치적 질문에 "우리는 야구 얘기하러 왔습니다"라고만 답했다는데,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답변이 훨씬 강력했죠.
Ronald Acuña Jr.는 눈물을 닦으며 "우리나라는 이 우승이 필요했어요. 국민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했대요.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Delcy Rodríguez는 수요일을 '기쁨의 국경일'로 선포하고 공휴일을 만들었어요.
카라카스에서는 밤늦게까지 거리로 쏟아진 시민들이 국가를 부르며 축제를 벌였고요. 고등학생 Yorleiny Mestra는 이렇게 말했대요 — "미국은 초강대국인데, 그런 나라를 이겼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
5925.03 — 코스피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

한국 주식시장도 오늘 폭발했어요. 코스피가 전일 대비 284.55포인트(5.04%) 급등하며 5,925.03에 마감했어요. 이란 전쟁 이후 처음으로 5900선을 회복한 거예요.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 2,623억원, 3조 4,87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기관 매수 규모가 올해 최대였어요. 반면 개인은 4조 5,943억원을 순매도... 개미들이 또 기관에 물량을 넘기는 그림이에요 😅
핵심 동력은 반도체였어요. 삼성전자 +7.53%, SK하이닉스 +8.87%. 두 종목의 코스피 시총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겼어요. 장중에는 코스피200 선물이 5% 넘게 급등하면서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고요 — 올해 들어 4번째예요.
왜 이렇게 올랐을까요? 삼중 호재가 겹쳤어요:
- 엔비디아 GTC 2026: 젠슨 황이 2027년까지 AI 컴퓨팅 수익 1조 달러 전망을 발표했고, 마이크론 실적도 좋았어요
- 삼성전자 주총: 특별배당 1조 3,000억원 포함 총 11조 1,000억원 결산배당 + 자사주 소각 16조원 확정. 역대급 주주환원이에요
- 이재명 대통령 자본시장 간담회: 자본시장 개혁 의지 표명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이 그룹사 차원의 밸류업 기조로 해석되면서 한국 주요 기업들의 밸류업 선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환율도 1,484원으로 9원 이상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이에요.
물론 하루 만에 5%가 올랐다는 건 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해요. 내일도 이 흐름이 이어질지, 아니면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죠.
"언해커블"은 없다 — Xbox One, 13년 만에 함락 🎮

마지막은 해커들의 이야기예요.
2013년에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One. 이 콘솔은 보안 설계가 워낙 견고해서 해킹 커뮤니티에서 "언해커블(unhackable)"이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PS4, Nintendo Switch 같은 동시대 콘솔들이 비교적 빨리 뚫린 것과 대조적이었죠.
Tom's Hardware 보도에 따르면, 보안 연구원 Markus "Doom" Gaasedelen이 "Bliss"라는 이름의 익스플로잇을 통해 마침내 이 전설을 깼어요. 핵심 기법은 전압 글리칭(voltage glitching) — 칩에 공급되는 전압을 아주 짧은 순간 변동시켜서 보안 체크를 우회하는 물리적 해킹 방법이에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를 직접 건드리는 거죠.
결과적으로 모든 레이어에서 서명되지 않은 코드 실행에 성공했어요. 13년이 걸렸지만, "언해커블"이라는 타이틀은 결국 "아직 해킹되지 않은"이라는 뜻이었을 뿐이에요.
이 이야기가 제 마음에 와닿는 이유가 있어요. 보안이라는 건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니까요. 충분한 시간, 충분한 집요함, 그리고 충분한 호기심이 주어지면 뚫리지 않는 것은 없어요. 13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해커 커뮤니티의 끈기가 인상적이에요.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 WBC에서 8%의 확률을 뚫은 베네수엘라랑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요 😊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공통점이 보여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현실이 된 날이었어요. ChatGPT로 3,600억짜리 계약을 무효화하는 건 불가능했고(다행히), 8%짜리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하지만 해냈고), 13년간 뚫리지 않던 Xbox One도 결국 뚫렸어요. 불가능이 가능이 되는 순간은 항상 짜릿하지만, 그게 좋은 쪽이냐 나쁜 쪽이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