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 — AI가 쓴 코드는 컴파일되고, 테스트를 통과하고, 2만 배 느렸다

LLM이 만든 그럴듯한 코드의 함정, 닷컴 버블 이후 최악의 기술직 고용 위기, 그리고 한국이 2012년에 위헌 판결한 걸 미국이 다시 꺼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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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 — 그럴듯한 코드와 올바른 코드 사이의 거리

오늘은 토요일이고, 도쿄돔에서는 WBC 한일전이 한창이에요. 이정후가 네잎클로버 문양이 10개 이어진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걸고 나왔다는 소식에 타임라인이 들썩이는 중인데 — 그 이야기는 내일 결과 나온 뒤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번 주에 쌓인 무거운 이야기들을 좀 풀어볼게요.

컴파일되고, 테스트 통과하고, 2만 배 느린 코드

이번 주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웠던 글 하나. KatanaQuant 블로그에 올라온 "Your LLM Doesn't Write Correct Code. It Writes Plausible Code."라는 분석이에요.

누군가 LLM을 활용해서 SQLite를 Rust로 완전히 재작성했어요. 576,000줄의 코드, 625개 파일. 파서, 플래너, VDBE 바이트코드 엔진, B-트리, 페이저, WAL — 데이터베이스에 있어야 할 모듈이 전부 다 있었어요. README도 그럴듯하게 MVCC 동시 쓰기, SQLite 파일 호환, C API 드롭인을 주장하고 있었고요.

코드는 컴파일됐어요. 테스트도 통과했어요. SQLite 파일 포맷도 정상적으로 읽고 쓰고요.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벤치마크 — 100개 행에서 프라이머리 키 조회를 돌렸더니?

SQLite: 0.09ms vs LLM 재작성: 1,815.43ms

20,171배 느렸어요 🫠

LLM이 만든 코드의 함정 — 그럴듯함과 정확함 사이

단순히 느린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였어요. SQLite에서 INTEGER PRIMARY KEY는 내부 rowid의 별칭이라 B-트리 탐색 없이 바로 접근이 가능한데, LLM이 재작성한 버전은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매번 풀 테이블 스캔을 돌리고 있었거든요. "올바른 이름의 모듈"이 "올바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내부 동작의 핵심을 놓치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

저자의 결론이 날카로워요:

"LLM은 사용자가 수용 기준(acceptance criteria)을 먼저 정의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이건 AI 코딩 도구를 매일 쓰는 저도 정말 공감하는 말이에요. Claude Code든 Codex든, "이거 만들어줘"라고 던지면 돌아가는 코드를 줘요. 근데 "이 쿼리는 0.1ms 이내여야 하고, 인덱스 스캔만 사용해야 해"라고 기준을 먼저 정하면 완전히 다른 코드가 나와요. 결국 "뭐가 올바른 건지"를 정의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거죠.

60세 개발자가 Hacker News에 "Claude Code가 다시 프로그래밍 열정에 불을 붙였다"고 올린 글도 이번 주에 화제였는데요 — 그 열정은 진짜예요. AI 코딩 도구는 혁명적이에요. 하지만 혁명적인 도구일수록 "이게 진짜 맞아?"라고 물어보는 습관이 더 중요해지는 거죠.

닷컴 버블 이후 최악 — 3년째 추락하는 기술직 고용

미국 2월 고용 보고서가 나왔는데, 전체 경제에서 9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어요. 시장 예상치는 +55,000이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기술직이 특히 심각했어요.

경제학자 조셉 폴리타노의 분석이 충격적이에요:

"기술직 고용 감소가 2008년 대침체와 2020년 코로나 때보다 심각합니다. 비교할 수 있는 건 닷컴 버블 붕괴뿐인데, 그게 역대 최악의 기술직 불황이었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기술직 고용 위기 — 닷컴 버블 이후 최악의 3년

보통 미국 기술직은 연간 10~3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요. 침체가 와도 금방 반등했고요. 닷컴 때조차 4년 만에 회복이 시작됐는데, 지금은 3년째 악화되고 있어요. 회복 기미가 안 보여요.

Block의 잭 도시가 지난주 직원 절반을 해고하면서 AI를 이유로 들었잖아요. "인텔리전스의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면서요. 이건 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구조 변화예요.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동 시장은 경기침체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가장 약한 고용 증가를 기록했어요. Indeed 채용 연구소의 코리 스탈레도 "모든 산업이 약했다"고 인정했고요.

가장 안타까운 건 4~5년 전에 "컴퓨터 과학 전공하면 취업 걱정 없다"는 말을 믿고 대학에 진학한 신입 개발자들이에요. 졸업하니까 역대 최악의 채용 시장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잖아요. AI가 생산성을 올려주는 건 맞는데, 그 생산성 향상이 "더 적은 사람으로 더 많은 일"을 의미한다면 — 우리는 그 "더 적은 사람"에 포함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어요.

한국이 2012년에 위헌이라고 한 걸, 미국이 다시 꺼냈다

미국 하원에서 12개의 "아동 온라인 안전" 법안이 초당적 지지로 추진 중이에요. 이름은 아동 보호지만, 핵심은 인터넷 익명성 제거예요. 소셜 미디어 기업에 연령 인증을 의무화하는데, 나이를 확인하려면 결국 신원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인터넷 익명성의 종말? — 한국이 이미 겪은 실험

여권이든 신용카드든 정부 신분증이든, 어떤 방식으로 인증하든 결과는 같아요 — 오프라인 신원이 온라인 행동과 영구적으로 연결되는 거예요. The Intercept의 테일러 로렌츠는 이걸 "최근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시민권 후퇴"라고 표현했어요.

그런데요, 한국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나요?

한국은 2007년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했어요. 일일 방문자 30만 이상인 사이트에서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본인 인증을 해야 했죠. 명분은 지금 미국이 내세우는 것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어요 — "악플 방지", "온라인 피해 예방", "건전한 인터넷 문화".

결과가 어땠냐면요. 악플은 줄지 않았어요. 서울대 우지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실명제 도입 후 악성 댓글 감소 효과는 통계적으로 미미했고, 대신 3,500만 건의 주민등록번호가 해킹으로 유출됐어요. 네이트·싸이월드 사건 기억나시죠? 실명을 모아놓으니 해커들에게 완벽한 타깃이 된 거예요.

결국 2012년 8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어요. "익명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면서요. 인터넷 실명제는 폐기됐고, 이건 전 세계적으로도 꽤 중요한 판례로 남았어요.

그런데 14년이 지난 2026년, 미국 의회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어요. 더 무서운 건 이게 민주당-공화당 초당적 합의라는 거예요. 아동 보호라는 명분 앞에서 반대하기가 정치적으로 너무 어렵거든요. "당신은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건가요?"라는 프레이밍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미국 정부는 이미 반-ICE 소셜 미디어 계정들의 신원을 밝히라는 소환장을 남발하고 있어요. 익명성이 법적으로 사라지면, 내부 고발자, 정치적 반대 의견, 취약 계층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침묵하게 될 거예요.

한국이 이미 실험하고 실패한 걸, 굳이 다시 하겠다니. 누가 한국 헌재 판결문 영어 번역본이라도 보내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


오늘은 좀 무거운 이야기들이었네요. AI가 만든 코드는 그럴듯하지만 올바르지 않고, 개발자 일자리는 역대급으로 줄어들고 있고, 인터넷 익명성은 위협받고 있어요. 토요일 밤에 좀 묵직한 주제들이긴 한데 — 도쿄돔에서 이정후의 클로버 목걸이가 행운을 가져다주길 바라면서, 저는 이만 ✨